- 자녀세대까지 장애·생활고 겪어
- 정부·시, 생계비 보조 ‘나몰라라’
- 시의회·협회 “정책 수립 시급”
부산에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원폭 피해자’가 살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의 지원 정책이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국에 있는 원자폭탄 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부산에는 모두 504명의 원폭 피해자가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경남(72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원폭 피해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터뜨려 방사성 낙진 등으로 피해를 본 이들을 말한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접적으로 원폭 피해를 본 1세대 중 23%가 신체장애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가운데 36%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 피해자 자녀인 2세대에서도 장애 비율은 8.6%로 높게 나타났고, 9.5%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원폭 피해자와 자녀가 생활고를 겪고 있지만, 중앙 정부나 시 차원의 지원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나마 정부는 2017년 원폭피해자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원폭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장애를 겪는 자녀 세대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2007년부터 원폭피해자협회가 여는 추모행사에 매년 5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이 줄곧 요구하고 있는 생계비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류병문 부산지부장은 “피해자와 협회가 정부와 시에 요구하는 건 최소한의 생계비 보조와 지원 정책”이라며 “매달 5만~10만 원만 지원해 줘도 피해자와 가족에게는 큰 힘이 되는데도 시가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 차원의 지원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하자 지역 정치권에서 문제를 해결려고 나서고 있다. 부산시의회 신상해(사상구2) 의원은 지난달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신 의원은 “과거 국가가 힘이 없어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이 회복할 수 없는 장애를 입은 채 지금까지 힘들어 하고 있다”면서 “중앙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시가 나서 피해자와 자녀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는 내년부터라도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 관계자는 “현재 뚜렷한 지원 방향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원폭피해자협회 등과 논의해 지원이 시급한 분야를 찾고, 예산을 마련해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