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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14> 경남 김해서 블루베리 키우는 안국진 씨

블루베리에 빠져 회사 사표… 첫 수확 좌절 이겨낸 ‘오뚝이 농군’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19-05-19 18:59:4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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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생활하기 어려워 아예 정리하고
- 매형 농장 찾아 블루베리 농법 배워
- 2017년 한림면에 임대 얻어 농사 시작
- 첫해 200그루 심었다가 참담한 성적표

- 경남도 농업기술원 마이스터 과정 입학
- 김해 청년후계농 선정 등 철저한 준비
- 저리로 대출받아 내 땅 매입하고 재기
- 동해 입었던 나무도 다시 자라 ‘새 희망’

부산에서 태어난 30대 청년이 경남 김해에서 블루베리 농사에 도전장을 던졌다. 부산 주례가 고향인 안국진(36) 씨는 3년 전만 해도 이공계 대학을 나와 조선 기자재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농장에서 안국진 씨가 자신이 키운 블루베리 열매를 선보이고 있다.
안 씨가 김해 한림과 생림면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한 지 횟수로 3년째. 까무잡잡한 피부와 구릿빛 얼굴에서 어느새 농군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제가 농사를 짓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인연이란 게 참 묘한 것 같습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렵니다.” 큰 키에 호남형 얼굴을 한 안 씨는 조선 회사 대신 비닐하우스로 출근하며 성공적인 귀농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인간 냄새 물씬 풍기는 안 씨의 사연 속으로 들어가 본다.

■‘까칠’ 도시남에서 농군으로 변신

   
안국진 씨가 운영하는 블루베리 농장 ‘파파드림’의 로고.
안 씨는 부산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대학을 졸업한 뒤 조선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에 취업을 했다. 수질 환경기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과장 직책을 갖고 생산관리, 품질관리를 주업으로 하는 사무직에 종사했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2015년 다른 조선 회사로 옮겼다. 옮긴 회사도 부산에서 출퇴근하기 힘들어지면서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5년 전 결혼에 딸과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때 문득 생각난 게 블루베리 농사였다. 누나와 매형은 김해에서 제법 큰 규모의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수확 철마다 누나 집을 방문해 아르바이트하며 나름 ‘돈이 되는 농사’라고 생각했다.

그는 “성실함과 근면함이 오늘의 나를 이끌어 왔기에 ‘한 번 해보자’고 굳게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도전 해보는 일에 반대할 것으로 여겼던 아내가 되레 격려해 큰 힘이 됐다. 그렇게 김해 누나 집에서 신세대 농군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예견된 실패…하지만 오뚝이처럼

   
안국진 씨가 수확한 블루베리. 알이 굵고 당도가 높아 인기가 높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만 믿었던 초보 농군에게 통과 의례처럼 시련기가 찾아왔다. 그는 “2016년 말부터 부산에서 출퇴근하면서 매형 밑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고 4년 전을 회고했다. 매형은 농장만 4곳을 운영하는 기업형 영농을 하고 있었고, 체험농장에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블루베리 가공품도 생산하고 있었다. 매형은 선배이자 스승이었다.

그는 빚을 내 자신의 농장 운영에 들어갔다. 그는 “2017년 10월 한림면에 4950㎡(1500평) 땅에 비닐하우스 3960㎡(1200평)를 임대 내 농사를 시작했다”며 “겨울에 동해를 입은 탓에 1년 성적표가 좌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첫해는 한마디로 ‘꼬라박았다’”고 했다. 3960㎡면적에 200그루를 심었기에 그루당 1㎏ 을 딴다고 가정할 때 평균 3만 원의 소득이 나와야 한다. 도합 6000만 원은 나와야 하지만 결과는 암울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너무 기대가 컸기에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하지만 그 이듬해 봄이 되니 동해를 입은 가지에서 새싹이 나오더니 점차 튼튼하게 자라는 모습을 목격했다. 한마디로 경이였다”며 그때의 감격을 전했다. 흙의 놀라운 재생능력을 통해 자신도 실패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경험을 축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시 농군, 내 땅을 갖다

   
최근 열린 김해시 가야문화축제에서 김해 블루베리 회원들이 부스를 열고 지역 블루베리를 홍보하고 있다.
자연의 놀라운 재생력은 그에게 오뚝이처럼 일어설 힘을 줬다. 이내 실패 원인을 찾아 서적을 뒤적이며 밤을 지새웠다. 그는 묘목이 자라는데 필수적인 퇴비를 제때 주지 않았고 가지치기를 잘못해 열매 맺을 가지를 실수로 자른 게 문제였다는 결론을 냈다. 안 씨는 “모두 경험 부족에서 나온 실패였다. 이때부터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된 농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과학적인 영농만이 살길이었다”고 회상했다.

진주에 있는 경남도 농업기술원의 마이스터 대학 2년 과정에 입학했다. 전문가로 우뚝 서기 위한 채찍질이었다. 이런 노력 속에 그는 김해시로부터 청년 창업농과 청년 후계농에 선정됐다. 자금 3억 원을 연리 2%의 싼 이자로 대출받는 혜택을 얻었다.

그는 지난 2월 생림면에 꿈에도 그리던 자신의 땅 2035㎡(617평)를 매입했다. 그는 “기분이 좋았지만 걱정도 앞섰다.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야 하니까. 7000여만 원을 들여 비닐하우스를 짓는 등 전체적인 시설비에 3억 원 정도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게 매형의 가르침 덕분으로 이만큼 오게 됐다. 내 ‘멘토’인 매형은 때로 내가 정신을 차리도록 엄하게 가르치기도 한다. 매형 농장의 매출액을 넘어서는 게 나의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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