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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퍼스트…연대경제를 찾아서 <1> 지역화폐로 부의 유출 막아라

주민이 쓴 돈 돌고 돌며 … 지역경제 활력 불어넣는다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19-05-21 19:30:2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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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를 살리자면 돈이 오랫동안 지역에서 돌아야 한다. 그러나 제도권 금융에 몰린 지역의 돈은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기업에 재투자되고, 대기업 직영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쓴 돈도 ‘본사’로 빠져나간다. ‘부(富)의 유출’이다. 이를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최근 부산에서는 지역화폐 도입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를 만들어 돈을 부산에 묶어 놓겠다는 거다. 국제신문은 성공적인 ‘부산형 지역화폐’ 도입을 위해 먼저 제도를 도입한 곳을 찾아 그 과정을 들여다봤다.
   
# 전국 지역화폐 성공 사례

- 인천 서구 발행‘서로e음 카드’
- 10% 캐시백에 소득공제 혜택
- 가맹점에는 결제 수수료 지원
- 광역시 내 타 구서도 사용 가능
- 지역 골목상권 활성화 큰 도움
 
# 부산서도 정착하려면

- 시, 지역화폐추진단 TF 구성
- 남구·동구 발행위한 조례 상정
- 각각 종이형·카드형 발행 예정
- 6% 불과한 할인혜택 더 높이고
- 홍보강화로 이용 늘리는게 관건

■ 10% 캐시백 … 인천 서구의 도전

   
지난 2일 인천 서구 한 음식점에서 시민이 지역화폐 서로e음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박호걸 기자
지난 2일 인천 서구문화회관에서는 서구 지역화폐 ‘서로e음’ 발행 선포식이 열렸다. ‘서로e음’은 서울과 인접해 역외 유출이 심각한 인천시 서구가 2년간 준비 끝에 지난 1일 정식 발행한 선불카드 형태 지역화폐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서구 사업체의 84%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이 살아야 서구 경제가 산다. 그러나 인천 전체 부의 52.8%가 역외 유출됐고 서구는 60%가 넘는다”며 “서로e음 카드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공동체를 통합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e음’ 카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전국 처음으로 10% 캐시백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다. 이 카드로 1만 원을 쓰면, 1000원을 돌려 받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드는 재원은 국가가 4%, 인천시가 2%, 서구가 4%를 각각 나눠 맡는다. 발행액의 4%를 지원하는 국비를 받기 위해서는 서구도 사업비의 절반을 대야 하는데, 서구는 구 매칭 비용 전체(4%)를 캐시백 재원으로 써 할인율을 높였다.

이용 효율성과 가맹점 지원도 동시에 이뤄졌다. 사용자는 모바일 앱에서 카드를 등록한 후 현금을 충전해 체크카드처럼 사용하면 된다. 기존 카드 가맹망을 활용해 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있는 모든 곳에 사용 가능하다. 단, 대형마트와 대기업 직영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서구는 별도 예산을 편성해 연간 매출 3억 원 미만 가맹점에는 수수료 전체를, 연 10억 원 미만의 매출 가맹점에는 0.5%의 결제수수료를 지원한다. 사용액의 30% 소득공제 혜택도 있다.

10% 캐시백과 전방위적인 지원책은 앞선 실패 사례에서 배웠다. 서구 지역화폐의 시초는 2015년 연희동 심곡동 검암동 지역 상인 협동조합(서구상인협동조합·옛 연심회)이 만든 종이형 화폐다. 조합 김남녕 사무국장은 “처음엔 종이·모바일 형태의 지역화폐를 만들었다. 일부 효과가 있긴 했지만 민간 주도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서구청장은 후보 시절 상인과 만나 지역화폐를 검토한 후 주요 공약으로 채택했고, 2년 연구 끝에 카드형 화폐를 내놓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서로e음에 대한 발행액·지원책 등 주요 운영 방식은 민관협의회에서 결정한다. 위원장인 구청장을 제외하곤 모두 민간인이다. 나머지 10여 명 위원은 모두 상인·시민단체·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 국장은 “결제 패턴은 80%가 카드, 10%가 현금, 10%가 기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데, 어중간하면 큰코다친다”며 “‘지역을 살리자’며 감정에만 호소하면 안 된다. 결국 소비자도 쉽고 혜택이 많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로e음 카드가 갖춘 다른 특징은 ‘중층적 설계’다. 인천 내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단, 서구 밖에선 캐시백 비율이 6%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신규철 정책위원장은 “인천은 광역시라 구·군 간 이동이 잦다. 그래서 인천시가 모(母) 플랫폼을 개발하고, 기초단체는 여기에 올라 타기만 하면 되도록 설계했다”며 “부산도 광역시라 인천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시작은 일단 성공적이다. 서구 최형순 경제에너지과장은 “올해 발행 목표액은 1000억 원, 사용자 모집 목표는 발급 가능 인구 46만 명 중 10%인 4만6000명이다. 일주일간 시범 발행에서 1만 명 이상이 앱을 다운로드했고, 지난 1일 하루 동안에만 6억 원가량을 충전해 이 가운데 1억5764만 원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 부의 유출을 막아라!

   
서로e음카드.
지역화폐는 법정화폐를 보완해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통칭한다. 목적과 형태가 다양하지만, 대체로 지역 내 거래를 활성화해 경제 순환효과를 높일 목적으로 발행된다. 지불 수단은 신뢰를 기반으로 해 공동체 회복, 지역성 증진 효과도 부가적으로 발생한다. 1930년대 유럽에서 지역 경제를 살리려 도입된 이래 최근엔 블록체인을 활용한 물물교환 방식으로까지 발전했다.

국내에서는 지역 사랑 상품권 형태를 띤 지역화폐가 가장 활성화됐다. 지역화폐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자료를 보면 강원도 양구군은 ‘고향사랑 상품권’을 발행하고 군 발주 공사 대금 3%를 이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을 편 결과, 소상공인 1인당 소득이 2.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성남시 역시 상품권 발행액 1822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3274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516억 원, 취업 유발효과 3962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카드로 지급된 청년 배당과 아동 수당의 사용처를 금액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마트·식료품점 40.1%, 음식점·주점 21.5%, 병원·약국 11.9%, 어린이집·유치원 6%, 학원 4.4%, 베이커리 1.8%로 나타나는 등 지역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지역화폐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없지만 부산시가 지난 3월부터 지역화폐추진단TF를 만들었고, 지난 13일에는 김영춘 국회의원 주최로 부산 지역화폐 도입 가능성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에서 쓸 수 있는 관광형 상품권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지역화폐라고 부를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내년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복지·경제·관광 관련 부서가 모여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산에서 성공하려면

부산 기초단체를 보면 최근 남구와 동구가 지역화폐 도입을 위한 조례를 상정한 상태다. 남구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30억 원이고, 이르면 오는 10월께 본격적인 유통이 시작될 예정이다. 남구 지역화폐의 특징은 종이형이라는 점이다. 종이형은 소비자가 사용하기 편하지만, 발행비용이 장당 110원으로 비교적 높고 환전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별도로 가맹점을 모집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속칭 ‘깡’으로 불리는 부정 유통이 발생할 가능성도 큰 편이다. 상품권을 살 때 6%를 할인 받을 수 있는데 5% 할인율을 적용받는 온누리상품권 역시 부정 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어서 남구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구 관계자는 “종이형은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돈이 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경기 부양에도 효과가 있다. 내년에는 카드 등 다른 결제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동구는 카드형 지역화폐를 준비 중이다. 총 25억 원 규모로 14억 원은 일반 발행하고 나머지 11억 원은 관내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매월 1만 원의 품위유지수당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동구 관계자는 “종이형은 매달 어르신이 직접 주민센터로 와서 수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카드형은 구에서 그냥 금액을 쏴주면 어르신이 직접 오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구는 할인 혜택 제공 방식에서 아쉽다. 동구 역시 6%를 할인하는 데 충전 때 할인해주는 선할인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카드에 10만 원을 충전하면, 6000원을 얹어 10만6000원이 충전되는 방식이다. 신규철 위원장은 “선할인은 쓸 때마다 할인받는 캐시백에 비해 유인책으로는 한계가 많다. 재미가 있어야 많이 쓴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 김삼수 의원은 “성패는 대시민 홍보다. 부산시도 다른 지자체의 성공·실패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경제협동조합 전중근 이사장은 “상품권 형태의 지역화폐는 법정화폐의 한계를 극복하고, 순환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선진국의 경우 지역화폐가 사회적 활동을 독려하고, 지역 주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형태로까지 진화했다”며 “부산도 상품권 지역화폐 이후 지역 사회의 연대 활동으로 이어지는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인천=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공동기획: 국제신문·부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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