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가 본격적으로 무허가 축사 단속에 들어갔다. 정부가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를 유도하려고 행정처분 유예기간까지 뒀지만, 농가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자 칼을 빼든 것이다. 축사 적법화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행정절차도 까다로워 망설이는 농민이 많은 가운데 단속이 시작돼 김해시에 즐비한 축산농가에 긴장감이 감돈다.

김해시는 최근 명법동에서 무허가 축사를 운영한 A 씨를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축사 적법화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시의 단속 대상이 됐다. 무허가 축사 운영으로 고발까지 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는 또 한림면에서 무허가 축사를 운영한 B 씨에게 경고하고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했다. B 씨는 불법축사를 허물지 않으면 고발될 수 있다.

이는 가축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무허가 축사에 폐쇄 또는 사용 중지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한 개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2015년부터 시행된 데 따른 조처다. 정부는 이 법을 시행하면서 3년간 행정처분 유예기간을 뒀고, 지난해 9월까지 적법화 계획서를 제출한 농가에게는 유예기간을 1년 연장해줬다. 아직 단속된 농가는 2곳뿐이지만, 앞으로 많은 농가가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가 지난해 9월까지 축사 적법화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177개 축산 농가를 단속 대상으로 정하고 현장 실사를 벌이고 있어서다. 적법화 계획서를 제출한 381개 농가도 안전한 상태는 아니다. 오는 9월까지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무허가 축사는 대부분 공유지를 무단 점유하거나 시설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공유지를 매입하거나 시설 현대화 등으로 위법 상태를 해결하려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들여야 한다. 한 축산 농가는 “축사 규모가 작아서 수익이 크지도 않은데, 적법화를 위한 비용까지 부담하기는 버겁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축사도 적법하게 짓고 사업해야 한다”며 “이행강제금을 대폭 낮추는 등 영세농가를 위한 정책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에서는 105개 농가가 돼지 17만8000마리를 키우고, 731개 농가가 소 3만 마리를 사육 중이다. 또 규모가 큰 도축장도 있어 축산 도시로 불린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