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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22> 서구 ‘피란수도 흔적길’

6·25 당시 대한민국 심장부 …‘1023일간의 피란’ 기억 소환

  • 국제신문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19-05-30 20:10:56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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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수도 기념관 찾아 가는길
- 전용 보행로 갖춰져 있지않고
- 기념거리엔 돌 블록 울퉁불퉁

- 당시 대통령 관저였던 기념관
- 서재 집무실 등 그대로 보존
- 정부청사는 석당박물관 변신
- 보수동 책방골목도 이 시기 탄생
2년 10개월가량인 1023일. 부산이 6·25전쟁 때 대한민국 임시수도였던 기간이다. 1023일간 부산은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예술 행정의 중심지였다. 1950년 8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1951년 1월 4일부터 1953년 8월 14일까지 두 차례다. 이 기간 당시 경남도청사는 정부청사로, 경남도지사 관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됐다.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 청사(현 롯데백화점 광복점)에는 사회부(보건후생, 노동 업무 담당), 문화교육부, 감사원의 전신인 심계원 등이, 서구 토성동 한국전력 중부산지점 건물에는 상공부가 각각 자리 잡았다.

‘피란수도 부산’으로 가는 길. 도시철도 1호선 토성역 2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임시수도기념관과 임시수도 정부청사(동아대 부민캠퍼스) 일대에는 ‘임시수도 기념거리’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임시수도기념관으로 가는 길에는 전용 보행로가 없다. 임시수도 기념거리 바닥을 단장한다며 돌 블록을 깔아 놓았는데, 노면이 울퉁불퉁하다.
   
1023일간 임시수도 정부청사로 쓰였던 동아대 부민캠퍼스 석당박물관. 김종진 기자
■ 신산한 피란 시절의 추억들

임시수도기념관에 들어서니 ‘두 종군 화가의 기록’이 보인다. ‘고바우 영감’ 김성환 만화가와 부산 1세대 화가 우신출 작가의 스케치 작품들이 있다. 김성환 만화가는 6·25전쟁 발발 당시 19세, 우신출 작가는 40세였다. 김성환 만화가는 피란 중 서울의 모습을 담은 106점의 스케치를 남겼다. 전쟁의 참상이 민낯으로 드러난다. ‘1950년 6월 28일 정릉 부근에서 들리는 총성’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 진입한 북한군 병사들이 국군을 생포하는 장면. ‘포위된 집에서 국군 병사가 양손을 들고나왔는데, 종잇장처럼 창백한 얼굴은 지금도 기억한다’고 기록돼 있다.

   
임시수도기념관 건물.
임시수도기념관은 대통령 관저와 피란 시절 모습을 담은 기념관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 관저로 쓰였던 건물은 1926년 8월 지어졌다. 대통령의 서재와 내실, 경비실, 집무실 등 당시 실내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기념관은 예전에 부산고검장 관사로 지어졌던 단층 벽돌 가옥이다. 6·25전쟁 당시 삐라와 위문엽서, 피란 시절 삐삐선 장바구니 등 재활용품, 꿀꿀이죽과 밀면에 얽힌 이야기, 지금의 국제시장인 ‘도떼기시장’, 전쟁 중 문화예술을 꽃피웠던 밀다원 다방 등을 담았다.

임시수도기념관에서 나와 동아대 부민캠퍼스로 향한다. 지금의 동아대 석당박물관이 임시수도 정부청사. 이 건물은 경남도청 소재지가 진주에서 부산으로 옮겼던 1925년 지어진 것으로, 6·25전쟁이 끝난 뒤 다시 경남도청사로 돌아갔다가 1983년 도청이 창원으로 옮기면서 경남도청사의 역사를 마감했다. 동아대는 경남도청 이전 이후 2001년까지 검찰 청사 등으로 쓰였던 이 건물을 2002년 사들여 2009년부터 석당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 민주화 운동과 양서협동조합

   
동아대 부민캠퍼스에 전시된 ‘부산 전차’.
석당박물관 3층은 임시수도 정부청사 기록실이다. 이곳에서 피란 수도 시절 국회의사당으로 쓰였던 무덕관의 용마루 기와 등을 볼 수 있다. 1926년 경남도청사 옆에 세워진 무덕관은 각종 무도대회와 웅변대회가 열리던 곳인데, 임시수도 정부청사가 들어서자 문화극장과 부산극장에서 개원한 국회가 이곳으로 옮긴다. 이 건물은 해체돼 현재 부재와 기록만 남아 있다.

법과대학 뒤편으로 간다. 1952년 미국에서 무상 원조로 들여왔던 ‘부산 전차’가 전시돼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 들여온 미국산 전차 40대 중 부산에 20대가 배정됐는데, 그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3대의 근대 전차 가운데 미국산 전차는 동아대에 전시된 게 유일하다. 다른 2대는 모두 서울에서 복원·전시하고 있는 일본산 전차다. 전차 옆면에 붙은 ‘말표 신발’(태화고무) 광고판은 아직 선명하다. 일제강점기 부산에 처음 전차가 도입됐을 때 사람들은 ‘쇠막대기로 전기를 잡아먹고 달리는 괴물’로 여겼다고 한다.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용두산공원 방면으로 향한다. 보수사거리를 지나면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피란 온 부부가 헌책을 팔면서 시작된 책방골목은 ‘헌책이 새 주인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는 창조의 공간’이다. 책방골목은 민주화운동의 산실이기도 하다. 1978년 설립된 양서협동조합은 ‘좋은 책 보급’을 내세워 진보 지식인과 청년 학생의 여론 형성에 구심점 역할을 하며 1979년 10월 부마항쟁의 밑거름이 됐다. 책방골목 내 양서협동조합을 기리는 글판 뒤편으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부산중부교회가 있다. 1970~80년대 부산중부교회는 ‘부산의 명동성당’으로 불렸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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