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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15> 하동의 서울대 출신 양돈인 문석주 씨

양돈 프로그래밍 경험 살려 스마트 농장화 … 3명이 1800마리 관리 너끈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9-06-02 18:59:1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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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회사 근무시절 농촌생활 동경
- 성실하면 성공한다 확신… 3년간 준비
- 전국 농가·기업서 들은 얘기 큰 도움

- 저렴한 농장 임대 6년간 고된 일 익혀
- 2015년 바른농장 설립… 관리 자동화
- 교배·시설물 정비 등엔 사람의 손 필요

- 초기 투자 만만찮고 돼지가격 예측불허
- 1년 이상 버틸 경제적 여력 있어야
- “자체 브랜드 출시하는 축산인 포부”

“양돈과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에 다니다가 양돈에 뛰어들었습니다. 사육환경이 비교적 열악하고 고된 직업이지만 성실하게 경영하면 성공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해 두 해를 넘기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자체 브랜드를 붙인 돼지고기를 생산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문석주 씨가 새끼돼지들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완용 기자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돼지사육과 관련된 중견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회사에서 10여 년을 근무했던 문석주(45) 씨는 평소 동경했던 농촌 생활을 하고 싶은 데다 양돈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자 직접 양돈에 뛰어들었다. 명색이 농과대학을 졸업하긴 했지만, 농사의 ‘농’ 자도 모를 정도로 경험이 없는 그가 양돈을 한다니 주위에서는 다들 깜짝 놀라며 만류했다. 덩치도 크지 않은 데다 평소 공부만 했던 그가 농사를, 그것도 돼지농사를 짓겠다니. 같은 회사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만난 부인 신윤진(43) 씨가 동의해 응원군이 됐다. 귀촌하기 3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나갔다.

문 씨는 양돈 사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전국의 양돈 농가와 축협, 사료 회사, 수의사, 가축 약품 등을 다니며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이 귀촌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돼지와 관련된 일을 하는 농가와 업체는 거의 방문했을 정도다. 나중에는 부경양돈농협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2년간 김해에 살았고 전남 영광의 농협중앙회 종돈사업소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1년간 지내면서 양돈 농가를 만났다. 지금도 영남과 호남의 양돈인이나 관련 기업 임직원은 어려움을 헤쳐가는 멘토가 돼주고 있다고 했다.

경남 하동에서 양돈을 시작한 것은 문 씨가 귀촌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자 부경양돈농협 직원이 농장이 매물로 나왔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도 없고 연고도 없지만 단지 양돈을 할 수 있는 농장이 있고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적량면 영신마을에 있는 소규모 농장을 임대했다. 돼지 1000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의 이 농장은 임대료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었다. 교통은 다소 불편했지만 가진 것이 없었던 문 씨로서는 꼭 알맞은 농장이었다. 내 농장이라는 생각에 두어 달은 밤잠을 설쳤다. 이곳에서 분뇨를 삽으로 퍼 나르고 사료를 리어카에 싣고 그릇으로 퍼 주는 일을 6년 동안 했다.

   
문석주 씨가 컴퓨터를 통해 돈사 내 어미돼지의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완용 기자
그러다가 2015년에 현재의 횡천면 구학마을에 부지 3000평, 돈사 900평의 농장을 샀다. 바른농장이라고 이름 붙인 축사는 문 씨가 구상했던 대로 꾸몄다. 최고 2300마리까지 키울 수 있는 규모지만 현재 1800마리가 있다. 올가을이면 2000마리를 넘길 것 같아 자동화 시스템을 많이 들여놨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직업이었기 때문에 훨씬 실용적으로 설치할 수 있었다. 지금 문 씨의 농장에는 문 씨를 포함해 3명이 일하고 있다. 셋이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농장일을 거뜬히 할 수 있는 것은 자동화 때문이다. 급여와 돼지 관리는 컴퓨터에 맡기고 사람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주사, 교배, 돼지 이동, 출하, 분만, 질병 관찰 등을 한다. 지능이 뛰어난 돼지는 문을 열고 탈출하거나 시설물을 파손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수선업무가 많다. 양돈농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의 30%가량은 시설물을 정비하는 일이다. 용접도 잘해야 한다.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었다. 그럴 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처음처럼’을 염불처럼 외우며 이를 악물었다.

돼지 시세를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생물은 예측이 안 된다고 했는데 돼지도 마찬가지였다. 구제역이 발생하거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콜레라 등이 발병하면 살처분, 이동금지 등으로 소비가 침몰한다. 반면 쇠고기 파동이나 조류독감 등이 발생하면 소비가 늘어난다. 또 방송에서 지적되면 소비가 크게 떨어진다. 그런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아무도 돼지 가격을 예측하기 힘들다. 아무리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시장외적 요인 때문에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

문 씨는 “어느 날 부산에서 공무원이라는 젊은 친구가 전화가 왔다. 나와 관련된 글을 보았는데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공하고 싶으니 정착하는 비결을 듣고 싶다’고 하더라. ‘귀촌을 꿈꾼다면 포기하시고, 그 마음으로 공무원을 열심히 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사회·환경적 요인 때문에 폭삭 망하는 양돈인을 자주 봤기 때문에 문 씨는 양돈업을 추천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해서 1년 만에 출하하려는데 구제역이 생기면 그대로 망한다. 그런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양돈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고, 무슨 일이 생겨도 1년은 버틸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 한다고 문 씨는 강조했다.

지난 3년째 한돈협회 하동지부장을 맡고 있는 문 씨는 사무국장도 7년을 했다. 안으로는 농장 일을 열심히 했지만 나가면 단체 회원의 정보교류와 권익 옹호 등에도 노력하고 있다. 문 씨는 “성실하게 일하면서 곁눈 팔지 않은 농부가 망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맨몸으로 시작한 축산이기 때문에 열과 성을 다해 성공한 축산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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