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후
- 일부 사실 달라도 여성들 불안
- 주거침입죄 처벌도 못해 허점

혼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도어락(잠금장치)의 화재 대응 기술이 오히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부산에 혼자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SNS에 올린 글은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여성은 “밤에 모르는 사람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계속 눌렀고, 문이 열리지 않자 두드리다가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확인해 보니 도어락 번호판이 불에 타 있었다. 화재에 대비해 온도가 높아지면 도어락이 자동으로 열리는 점을 악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은 2006년 실내 온도가 60도 이상이 되면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해제되는 기능을 갖추도록 안전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불이 나 도어락이 손상되면 거주자가 문을 열지 못해 변을 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라이터 등으로 도어락에 열을 가하면 쉽게 문을 열 수 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도어락 업계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디지털 도어락 화재감시 센서는 실내 쪽에 설치돼 있어 외부에서 열을 가하더라도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가기술표준원 인증 규정을 보면 화재감지 센서는 실내 화재에만 작동해야 하며 외기 표면이 100~110도의 온도에 노출되더라도 열리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가나 고시촌 등에는 노후한 건물이 많아 보안 기능이 강화된 도어락 제품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설치된 도어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여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학가 원룸에서 사는 김모(여·24) 씨는 “‘신림동 사건’ 이후 밤마다 불안해서 잠을 잘 못 잔다. 디지털 도어락 외에도 잠금장치 2개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성범죄를 목적으로 라이터 등으로 도어락을 훼손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 어려워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북부경찰서 김대현 여성청소년과장은 “그동안 법원 판례를 보면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여러 차례 돌리거나 침입하고자 하는 집의 창문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등의 행동이 있어야 한다. 라이터로 도어락을 훼손해도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재수(북·강서갑) 국회의원은 “관계 기관, 정부 부처와 논의해 최대한 빨리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