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 만들겠다 약속만 해놓고
- 매입 미적대던 부산시도 난감
- 주민 “지역사회 바람 무시” 반발
부산시가 매입해 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옛 해운대역사 부지에 커피박물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부지의 관리를 맡은 코레일 측은 방치된 역사를 관리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인근 주민은 지역 사회의 바람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한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는 옛 해운대역사에 커피박물관을 조성하기로 하고 최근 민간 사업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5년이다. 계약 후 역사 내부 시설 철거가 마무리된 상태로, 전기·소방 관련 시설이 설치되면 코레일은 해운대구로부터 용도 변경 허가를 얻어 1인당 약 1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박물관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해운대역사가 오랫동안 방치돼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면서 건물을 제대로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사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사 주변 주민과 상인은 반발한다. 역사 부지를 공원화하는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커피박물관이 들어서는 건 역사를 공원이 아닌 다른 용도로 개발하기 위한 수순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임순연 옛해운대역사정거장부지공원화추진비상대책위원장은 “역사 뒤 정거장 부지의 공원화를 두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역사 부지에까지 다른 시설이 들어서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시도 당혹감을 나타냈다. 시는 2013년 옛 해운대역사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해운대구가 시로부터 예산을 받아 역사 및 정거장 부지의 공원화와 관련한 용역을 진행해 올해 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시가 매입하기로 했는데, 역사를 다른 용도를 쓰는 것은 안 된다. 코레일에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은 시에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 역사 부지의 공원화를 공언하고도 코레일 측과 부지 매입과 관련한 양해각서 체결 등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가 역사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고시한 상태도 아니어서 사고 위험이 있는 역사 부지를 기약 없이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과거 코레일이 역사 부지에 상업시설을 지으려다 포기한 것은 시의 공원화 추진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사업이 절차대로 진행돼 상호 간 신뢰가 있는 상황에서 MOU 체결 등은 필요 없다고 봤다”고 반박했다. 시는 구의 용역 결과가 나오면 역사 부지 매입을 위한 공사비 확보 등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정거장 부지 상업 개발을 지하화로 하라는 주민 제안에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의 반응은 여전히 없다. 대신 공단은 국유지를 할애해 주민이 요구하는 주차장, 통행 데크 등을 지어주겠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