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 빌라 차량 통행·주차 잦자
- 동네 통장이 1.5m 담장 설치
- “버스정류장도 못 가” 불만 폭주
- 구 “사유지라 개입 못 해” 뒷짐
“매일 다니는 골목길인데 이렇게 막아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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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골목길이 담벼락으로 가로막혀 주민과 차량이 통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11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산8동 382의 38 골목길. 폭 3~4m인 좁은 길에 높이 1.5m가량의 시멘트 담벼락이 세워져 있었다. 수십 년 동안 큰길(과정로)과 작은 길을 이어주던 이 샛길은 갑자기 막다른 골목길로 바뀌었다. 이 길을 통해 큰길의 버스 정류장을 오가던 주민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민 김모(여·58) 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없던 벽이 갑자기 생겼다. 도무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수십 년 동안 다니던 길이 한순간에 막혀버려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갑자기 이곳에 벽을 쌓은 이는 다름아닌 이 동네 통장인 A 씨다. 그는 지난 9일 골목길에 포함된 자신 소유의 3.3㎡(1평) 남짓한 땅에 벽돌과 시멘트로 벽을 쌓았다.
A 씨가 갑자기 길을 막고 나선 것은 지난달 그의 집 앞에 준공된 45세대 규모의 다세대 주택(빌라) 탓이다. 빌라가 들어서기 전에는 해당 부지에 일반 주택이 있어 골목길로 차량이 통행하거나 주차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준공된 빌라는 1층이 비어 있는 필로티 구조여서 자연스럽게 공간이 넓어져 차량 통행이 잦아졌다. A 씨는 “빌라가 생기면서 입주민 등의 차량 통행이 늘기 시작했다. 야간에는 골목길이 주차장으로 변해 주민의 이동도 어렵게 됐다”며 “종일 집 앞으로 차들이 지나다니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목길 본연의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빌라 측이 빌라와 골목길 사이에 새롭게 담장을 쌓아야 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허사여서 벽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길이 막히자 주민들은 A 씨에게 항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통장의 뜻은 알겠지만 길이 막혀 주민이 매우 불편하다. A 씨와 빌라 간 갈등을 중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제구는 빌라 착공 당시부터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알고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해당 빌라가 적법하게 지어졌고, A 씨 역시 개인 소유 부지에 벽을 세워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제구 관계자는 “빌라가 생기면서 예전보다 해당 골목길에 차량 통행량이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사유지여서 구가 개입할 방법이 없다”며 “양측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