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리 뜰때마다 사유 입력 탓
- 감시 심해져 직원 불만 폭주
- 퇴근 뒤 재택 근무 지시도
경남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다음 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달부터 PC오프제(PC-off·업무 시간 준수를 위해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 운영을 위해 컴퓨터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탓이다. 출퇴근 시간을 지켜주니 환영할 일이지만, 직원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진다. 주 52시간제를 차질 없이 시행할 시스템을 갖춰 놓고도, 이를 피해 초과 근무를 종용하는 기업의 ‘꼼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등에는 지역 기업의 PC오프제 시행과 관련한 불만이 쏟아졌다.
A사는 PC오프제를 도입한 후 PC가 필요한 업무만 근무 시간에 몰아서 하고, 회의나 워크숍 등은 근무 시간 이후로 미뤄 연장 근로를 하게 만드는 행태를 보인다. A사 직원은 “팀장 PC 한 대만 켜서 회의실에 띄워 놓고 저녁 늦게까지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PC오프 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니 조작도 이뤄진다. 경남 산업설비 제조업체 B사 직원은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면 상사한테 혼난 다음 시스템에 들어가 근무 시간을 수정한다”며 “또 다른 업체는 컴퓨터가 종료되고 2시간이 지나면 다시 근무 시간이 ‘0’이 되는 곳도 있다. PC오프제 도입 전에는 연달아 근무했는데, 이젠 2시간을 기다려야 해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특히 PC오프제 도입 탓에 직원 감시도 심해졌다. 부산 철강 제조업체 C사에서는 PC오프 시스템 구축 후 자리를 10분만 비워도 컴퓨터에 사유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 C사는 직원 반발이 심해지자 창이 뜨는 시간을 30분으로 늦췄다. C사 직원은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려면 30분 이상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일일이 사유를 입력하고 하니 감시받는 것 같아 숨 막힌다”고 했다. 또 직원마다 ‘자리 비움’ 시간이 총 얼마나 되는지 집계돼 근무 평가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업체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 인건비를 줄이려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칼퇴’를 유도하지만, 대신 회사가 지급한 노트북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는 사례도 있다.
한편, 부산고용노동청은 오는 10월까지 주 52시간제 시행을 두고 ‘장시간 근로 감독’을 시행한다. 출퇴근 지문 기록, 연장 근로 결재 내역 등을 확인해 주 52시간제를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이 있는지 감독할 계획이다. 특히 PC오프제와 관련해 부산고용노동청은 ‘디지털 포렌식’ 팀을 운영한다. 디지털 시스템 분야 조사가 필요한 사업장에는 이 팀이 근로감독관과 동행한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주 52시간제와 PC오프제 시행으로 근로 감독 양상도 바뀌는 추세”라고 밝혔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