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우동 APEC나루공원 야외무대. 이곳에서 영화의전당 쪽을 바라보면 ‘수비(水飛)의 역사 속으로’라는 표지석(사진)이 서 있다. 수비는 ‘수영비행장’의 줄임말이다. ‘수비’는 ‘수비삼거리’ 등으로 한동안 명맥을 유지했지만 온통 ‘센텀시티 지명 홍수’에 휩쓸리는 통에 지금은 사실상 사라졌다.
야외무대 옆 표지석에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기념해 부산을 찾을 당시 헬기를 타고 수영비행장에 내렸다는 기록과 사진이 보인다. ‘수비’가 들어선 곳은 수영강과 온천천에서 실려 내려온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평야지대였다. 비행기장을 만들기에 적합한 장소였던 셈이다.
수영비행장이 있던 우동 일대는 예부터 ‘날벌’ 또는 ‘강나루’로 불렸다고 한다. 날벌은 무엇이 날아다니는 형상을 뜻하는 것이거나 새벽벌(효원), 달구벌처럼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날벌이란 지명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강나루’는 수영강변에 APEC나루공원으로 ‘살아남았다’.
수영비행장은 일제가 1940년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만든 군용 비행장이었다. 해방 이후 수영비행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48년 10월 부산~서울 간 최초의 민간 항공 운송이 시작됐다. 6·25전쟁 기간 유엔군의 군용 비행장으로 이용되다가 1958년 부산비행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63년 9월 김포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국제공항이 됐다. 수영비행장은 1976년 8월 김해국제공항에 자리를 내준 이후 군용 비행장과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활용되다가 1996년 ‘비행장 역사’마저 접게 된다. 수영비행장 자리에 들어선 센텀시티는 라틴어로 100을 뜻하는 센텀과 시티의 합성어. ‘100% 완벽한 도시’를 뜻하는 센텀시티는 2013년 6월 준공된다.
오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