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가 하지 않을 이유 없어” 난감
- 업계 공급과잉 우려·주민도 불만
최근 부산·경남에서 잇따라 동물 화장장 건립이 추진되면서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동물 화장장 허가 신청이 쇄도하는 데다, 지역 주민의 반발도 크지만 담당 지자체는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13일 부산 기장군에 따르면 부산 유일의 동물화장 업체인 A 사가 최근 군에 방문해 ‘동물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는 업체가 늘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A사는 최근 3년 사이 동물화장장이 급증해 기장군에 1곳, 경남 김해시에 4곳, 양산과 고성에 각 1곳씩 들어서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고 주장한다. 이들 화장장은 보통 하루에 140마리를 화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 부산·경남에서 화장되는 동물 수는 10마리에 불과하다는 게 A사의 설명이다.
동물 화장장을 이용하면 비용이 10만 원 들지만, 동물병원에서 사체를 폐기하는 비용은 ㎏당 1만 원이어서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고, 지자체 동물 사체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도록 권장해 화장장 이용이 저조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동물화장장이 난립하는 것을 우려해 사업 허가 신청을 반려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송사에 휘말리기 일쑤다. 최근 기장군은 동물 화장장을 세우려는 업체가 건축 허가나 건축물 용도 변경 허가를 신청하자 모두 불허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군은 3건의 소송을 1심이나 2심에서 패소했으며, 1건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군은 법정에서 주변 시설과의 미협의, 환경오염 및 주거환경 악화 우려, 주민 반대, 진입도로 미확보 등을 불허사유로 들었지만, 재판부는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군 관계자는 “설치 기준에 부합하고, 소송에서도 지면서 더는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항소나 상고할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동물화장장 난립을 우려하는 주민의 불만도 상당하다. 화장장 건립이 추진 중인 일광면 한 주민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느는 마당에 덮어놓고 화장장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에만 화장장 설립 신청이 몰리고 있는데, 전혀 규제하지 못해 사람이 살기 여러운 지경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지자체가 동물 화장 산업을 특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A업체 관계자는 “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주민 불만을 달래려면 지자체가 지역별 화장장 수를 제한하는 등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