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월전부터 징후 … 대처 부족
- 시민감찰위에 회부해 징계 결정
- 변호사·교수 등 21명이 판단
경남 진주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과 관련해 그가 범죄를 저지르기 7개월 전부터 아파트 이웃들이 경찰에 그의 폭력적인 성향을 알리고 대책을 요구하는 신고를 계속했지만,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남경찰청은 13일 ‘진주 방화·살인 사건과 관련한 경찰 조치에 대한 적정성 여부 진상 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4월 18일부터 36명으로 진상조사팀을 꾸려 2개월 동안 적정성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된 경찰관 31명을 38차례 조사하고, 이들 중 11명(경사·경위)을 경남경찰청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합동위원회는 변호사 교수 등 21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경찰 11명의 감찰 조사를 의뢰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합동위원회가 감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은 해당자를 감찰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진상조사팀은 방화살인이 일어나기 7개월 전 안인득의 윗집 가족들이 반복해서 위협을 느낀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윗집 주민 A 씨는 지난 2월 28일 3월 3·12·13일 신고했다. 지난 2월에는 안인득이 층간 소음 문제로 찾아와 위협한다며 격리를 요구했으나, 출동한 경찰은 단순한 이웃간 불화로 보고 화해를 권고하는 데 그쳤다.
3월 12일에는 오물을 뿌린 혐의(재물손괴)로 안인득을 불구속 입건해 송치했으나, 그 다음 날 신고는 계도 조처만 했다. 당시 A 씨는 안인득이 딸을 쫓아와 욕을 하는 장면이 있다며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욕설은 녹화가 되지 않는다”며 영상을 보지 않고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3월 13일에는 윗집 딸이 경찰서 민원상담실을 찾아 신변보호 요청을 했는데도 “요건이 안 된다”는 취지로 돌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다른 피해자들도 신고 과정에서 안인득이 정신질환을 앓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려는 경찰의 노력도 부족했다는 게 진상조사팀의 판단이다.
실제 한 경찰관은 3월 10일 안인득이 술집에서 일으킨 특수폭행 혐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안인득 형으로부터 정신질환 전력을 확인하고도 행정입원을 시키는 등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실질적인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조사팀은 가해자가 안인득으로 확인된 지난 2, 3월 이뤄진 신고 4건과 관련해서도 경찰관 9명이 이웃 간 시비로 오인해 신고자의 불안과 절박함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경찰이 신고자의 불안과 절박함을 충분히 수용하고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따랐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