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게시판 인데다 CCTV도 안 찍혀
- 경찰, 용의자 증거 못 찾아 검거 난항
한 여대생이 같은 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로부터 장기간 집단 스토킹과 괴롭힘을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부산외대 재학생 A(여·20) 씨를 스토킹한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지난달 6일까지 A 씨 뒤를 밟으며 사이버 스토킹 게시물 59건을 올리고, 카카오톡 등을 통해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과 A 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용의자가 처음 스토킹 글을 올린 건 지난 3월이다. 당시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이상형을 봤다’며 A 씨를 지목하는 글이 게재됐다. 이후 A 씨가 운동하는 모습 등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본 사실을 적은 글이 계속해 게시판에 올라왔다. A 씨 이름과 나이, 학과와 함께 얼굴이 찍힌 사진을 올리며 개인정보를 유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A 씨를 괴롭히는 이는 한둘이 아니었다. 게시판에는 ‘절대 우리를 알 수 없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거나, 여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남자애들이랑 친한 네가 재수 없다’ 등 내용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스토커는 A 씨 집도 찾아왔다. 지난달 10일 A 씨가 사는 원룸 문에는 ‘작작 남자애랑 다녀라. 나 못 찾는 것도 답답하다’고 쓴 쪽지(사진)가 꽂혀 있었다. 필체를 감추려고 글씨를 비뚤배뚤 쓴 흔적이 역력했다. A 씨는 카카오톡으로 ‘우리는 안 잡힐 거다’며 욕설 섞인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는 것과 함께 A 씨를 보호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익명 게시판에 용의자 개인 정보가 보관돼 있지 않고, 카카오톡 역시 외국 번호로 가입돼 증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원룸 CCTV 영상에도 용의자로 볼 만한 외부인 출입 정황은 없었다. 쪽지에서도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같은 학과 학생 중 일부의 소행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