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예 신청 안받는 곳 많아 학부모 불만
- 시 “인건비 지원 등 어려운 탓” 해명
부산시가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어린이집 종일반 의무 운영 정책을 발표했지만, 시행 8개월여 만에 “의무가 아니다”고 뒤집어 논란이 인다.
부산시는 지난 1~3월 지역 전체 어린이집을 상대로 수요 조사를 거쳐 4월부터 종일반(오후 7시30분까지) 의무 운영을 시행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하지만 시는 “부산 전역 어린이집 1897곳에서 종일반을 의무적으로 운영한다”는 애초 발표와 달리 직장·협동 어린이집, 초등학교 내 국공립 어린이집 등 94곳을 제외하기로 했다. 또 수요 조사에서 종일반 운영을 할 수 없다고 신청한 어린이집 80곳 등 모두 174곳이 종일반 의무 운영 대상에서 빠졌다.
문제는 나머지 어린이집도 종일반을 의무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는 오후 6시 이후 이용하는 아동이 있는 어린이집만 의무적으로 종일반을 운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의무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이 “이용하는 아동이 없다”고 신고하면 의무적으로 운영하라고 강제할 수 없는 구조다. 시 관계자는 “오후 6시를 넘어서 남아 있는 아동이 없는데, 어린이집 문을 열어놓기 위해 초과근무 수당과 전담교사 인건비를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부산에서는 어느 어린이집이나 오후 7시30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학부모는 ‘퇴짜’를 맞기 일쑤다. 지역 맘카페 등에는 관련 불만 사례가 쏟아진다. 남구에서 국공립·민간 어린이집 등을 물색한 A 씨는 “어린이집이 ‘오후 6시 이후에 남아 있는 아이가 없는데 한 명만 맡아줄 수 없다. 아이도 그때까지 남으면 지루해한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민간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B 씨는 “기존에도 이런 식으로 수요를 막아서, 무리해서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갔었다. 의무 운영으로 바뀌고 이런 문제가 개선될 줄 알았는데 그대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안 받겠다고 하면 부모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시간 연장형 어린이집’을 찾는 기존 방식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종일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야간에 불시 점검을 하고 있으며, 학부모로부터 이용 불편 신고도 받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역 어린이집 단체 관계자는 “인건비를 준다고 해도 저녁 시간 전담교사를 구하기 어렵다. 아이가 없는 어린이집에 보육교사가 남아 있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