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재심청구, 33년만에 무죄선고
1980년대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했다가 간첩 누명을 쓴 채 세상을 떠난 2명이 33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A(1923년생), B(1939년생) 씨 재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이들은 1980년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지시로 간부에게 돈을 건네거나 받은 혐의(국가보안법상 편의 제공 등) 등으로 1985년 재판에 넘겨졌다. A, B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받았고 이후 형이 확정됐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B 씨의 남편 C 씨 등 4명도 국가기밀 수집 및 누설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징역형의 집행유예 등이 확정됐다. 당시 이들은 재판에서 바지를 벗고 허벅지 멍을 보여주며 “고문을 당해 안 한 일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소리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사건은 24년 뒤인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경찰 고문과 가혹행위로 조작된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결정하면서 재심 기회가 생겼다. 과거사위는 경찰이 영장도 없이 이들을 22~73일간 불법 구금했고, 잠을 재우지 않거나 물 고문과 전기 고문으로 피의자 신문 조서를 날조한 것으로 조사했다.
이후 C 씨 등 4명은 2011년 자녀의 재심 청구로 이듬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A, B 씨의 재심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검사가 2017년 직권으로 이들의 재심을 청구했고, 1년여 만인 지난 2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났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