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허 갱신 때 시력 0.7 인데도
- 걸러내지 못하는 등 행정 허점
8년 동안 1급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면서 버젓이 장애 수당을 받아온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깔끔한 주차 솜씨’를 수상하게 여긴 인근 주민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부당하게 장애 수당을 수령한 혐의(사기 등)로 A(49)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A 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시각장애 1급인 것처럼 속여 장애 수당 등 1억2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이웃들은 평소 그가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A 씨가 자동차 운전도 잘하고 주차도 깔끔하게 하는 등 일반적인 시각장애인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의심하기 시작했다.
A 씨는 눈앞이 안 보인다면서 글도 잘 썼다. 시각장애인 답지않은 필체였다. 그러자 최근 한 주민은 A 씨의 행동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다. 이에 권익위는 A 씨가 주차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 씨의 수상한 행동은 경찰 조사 때도 계속됐다. A 씨는 조사를 받던 중 음료가 든 컵을 자연스럽게 잡았다. 또 경찰이 A 씨 눈앞에서 손을 흔들자 그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경찰의 추가 조사 결과 A 씨는 2015년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교정시력이 0.7로 측정된 사실도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장애 등급 판정 기준상 시각장애 1급은 두 눈 중에서 시력이 더 좋은 눈의 최대 교정시력이 0.02 이하이어야 한다. 결국, A 씨의 1급 시각장애인 행세는 여기서 끝났다.
경찰은 앞으로 같은 수법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장애 수당을 지급하는 보건복지부와 운전면허를 관리하는 도로교통공단이 시각장애 정보 등을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시력이 나쁘고 눈 건강이 좋지 않은 건 맞지만, 시각장애 1급 수준은 아니었다. 유사 범죄를 막으려면 관계 기관끼리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