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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25> 배산 둘레길~연산동 고분군

40분이면 한 바퀴…짧지만 강렬한 신라역사 산책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19-06-20 18:56:1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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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들어서기 전 주택가 길은
- 가파른데다 별도 보행로 없어
- 시작부터 이마엔 땀방울 송송

- 삼국~통일신라시대 때 축조된
- 배산성지 문화재 발굴조사 한창

- 고대 부산 다스린 수장들 묻힌
- 연산동고분군 대형 봉분들
- 일제강점기 도굴 수난 당하기도

부산 연제구 배산 둘레길 일대를 돌아본다. 부산도시철도 배산역에서 출발해 연산병원, 연산배수지 등지를 지나가는 코스로 잡았다. 숲길에 들어서기 전까지 주택가 길은 가파른 데다 별도의 보행로가 없다. 오직 차를 위한 공간뿐이다. 배산(盃山·256m)은 술잔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아파트와 주택들이 둘러싸고 있는 도심 속 작은 산이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의외로 만만치 않다. 시작부터 한동안 숨소리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사적 539호로 지정된 연산동 고분군. 삼국시대 부산지역을 다스린 수장층이 묻혀 있는데, 인근의 복천동 고분군보다 늦은 400년대 후반부터 500년대 전반까지 활발하게 조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군사적 요충지였던 배산성

연산배수지를 지나니 배산 숲길이 시작된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이어 바람고개 체육공원. 배산 둘레길 주 동선은 총연장 1900m로, 40분 정도로 한 바퀴 돌 수 있다. 바람공원 체육공원에서 왼쪽 멍에정 쪽 둘레길로 향한다. 둘레길에는 영산홍이 가득하고 떡갈나무 밤나무 사방오리나무 등이 줄지어 늘어서서 싱싱하고 풍성한 푸르름을 선사한다. 호젓하고 아름다운 오솔길이다. 멍에정에서 배산 정상으로 향한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하다. 멀리 금정산의 큰 능선을 비롯해 광안대교와 광안리 앞바다, 황령산 등이 펼쳐져 있고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연산동 고분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배산 정상에서 돌무더기 쪽을 지나 망해정으로 간다. 망해정에서 연산동 고분군 방면 둘레길로 접어들면 ‘정밀 발굴조사’를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배산성지 발굴 현장이다. 배산성은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축조된 것으로, 배산 정상을 중심으로 산허리를 돌로 둘러 쌓은 산성. 사방을 조망할 수 있어 배산성은 군사적 요충지로 꼽혔다.

2017년 발굴 조사 때 배산성 북문으로 추정되는 터 일대에서 식수를 모아두는 집수지(1, 2호) 두 곳이 확인됐다. 2호 집수지(안쪽 지름 12m)는 영남지역 신라 산성의 집수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집수지에서 나온 나무 기둥과 목간(나무에 적은 간단한 기록)의 연대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데, 나무 기둥의 경우 446년에서 556년 사이의 것으로 추산된다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를 미뤄 볼 때 목간의 연대 분석 결과까지 나오면 배산성과 집수지의 축조 연대가 기존에 알려진 것(600~650년)보다 100년가량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또 집수지 서쪽 비탈진 곳에서는 산성 관련 공공건물로 추정되는 길이 13m 이상의 대형 건물터, 높이 6m의 석축도 확인됐다. 배산성지 북쪽 성벽의 일부도 조사됐다. 북쪽 성벽 서쪽에서는 전형적인 삼국시대 신라식 축성 기법이, 동쪽 구간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축성 기법이 각각 확인됨에 따라 배산성 축성 기법의 변천 과정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5~6세기 최고 지배층 무덤

   
발길을 연산동 고분군 쪽으로 돌린다. 그러고 보니 배산 어디엔가 있었다는 겸효대가 궁금하다. 고려 말 신선처럼 살던 김겸효가 노닐 던 곳이다. 겸효대는 동래현령으로 좌천돼 부임한 정추(1333~1382)의 시를 통해 알려졌다. 1366년(공민왕 15) 당시 실력자 신돈을 탄핵했다가 이색의 도움으로 죽임을 겨우 면하고 동래로 쫓겨왔던 그 정추다. 정추는 지금의 배산 위에서 김겸효를 자주 만나 가슴을 터놓고 지냈다고 한다. ‘동래부지’ 등에는 겸효대가 동래현 남쪽 2㎞에 있다는 사실만 전해진다.

이럭저럭 연산동 고분군에 닿았다. 2017년 6월 30일 사적 539호로 지정된 유적으로, 삼국시대 부산지역을 다스린 수장층이 묻혀 있는 고분군이다. 배산의 북쪽으로 뻗어내린 구릉에 지름 15~25m의 큰 봉분 16기가 늘어서 있다.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큰 봉분이 모여 있는 곳. 그 주변으로 중·소형 무덤 수백 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산동 고분군은 같은 부산지역 수장층의 묘역인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주로 300~400년 조성)보다 늦은 400년대 후반부터 500년대 전반까지 활발하게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복천동 고분군의 자리가 비좁아지자 연산동 고분군으로 묘역을 옮겼다는 얘기다. 연산동 고분군의 주된 무덤의 구조는 구덩식 돌방무덤이다.

연산동 고분군은 큰 봉분이 남아 있는 곳이다 보니 일제강점기 등 오랜 기간 도굴의 표적이 됐다. 일제강점기에 발견된 갑옷과 투구, 8호분에서 출토된 비늘갑옷(찰갑), 쇠로 만든 갑옷(판갑)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연산동 고분군에 묻힌 수장층은 군사력과 정치력을 동시에 장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배산성과 연산동 고분군의 연결 고리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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