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관리비 부담하며 사업의지
- 90% 진행 작업 막바지 불구
- 코레일, 열차 대기 구간 짧아져
- 수송량 준다며 개통 불가 입장
부산 철도시설 부지 인근 도로 개설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혀 35억 원을 들인 도로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부산진구는 범천동 967의 3 일원 도로 개설 및 철도 건널목 신설 사업과 관련해 최근 코레일 측이 “철도 건널목을 신설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24일 밝혔다. 이 사업은 35억여 원을 들여 서면동일스위트아파트에서 범내골교차로까지 이어지는 길이 140m, 폭 15m 규모 도로를 놓는 게 핵심이다. 2013년 입주한 아파트 입주민 등 지역 주민이 도시철도 범내골역과 연결되는 도로 개설을 요구하면서 추진됐다. 이 아파트부터 범내골교차로를 잇는 기존 도로는 일방통행 구간이어서 주민이 차를 타고 귀가하려면 30여 m 거리를 3㎞가량이나 돌아가야 한다. 이에 부산진구청은 2014년부터 도로 개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이 일방통행로와 연결된 기존 철도 건널목을 폐쇄하고, 신설 도로로 옮기는 계획을 세웠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기존 철도 건널목이 폐쇄되면 상권이 침체되고 일대가 고립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의 지적으로, 기존 철도 건널목에 보행 전용 육교를 세워 2개 건널목을 모두 이용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자 철도시설공단은 건널목 유지·관리비 문제를 들고나왔다. “지자체 요청으로 건널목이 개설되는 만큼 부산진구가 연간 유지·관리비 4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산진구는 “철도시설물로 발생하는 부대비용은 공단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사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부산진구는 유지·관리비를 구가 부담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사태가 해결되는 듯했지만, 이번엔 코레일이 뒤늦게 “철도 건널목을 신설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코레일은 철도 건널목을 신설하면 기존 동해선 범일역 유효장(열차를 수용할 수 있는 선로의 최대 길이)이 부족해져 열차 운용상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대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건널목을 만들면 현재 20~21량 길이(약 294m) 화물열차가 대기하는 유효장 길이가 70m가량 줄어, 열차 수송량이 15~16량으로 감소한다. 그러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처럼 코레일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업은 난관에 부딪혔다. 철도 건널목이 없으면 도로가 철길에 완전히 틀어막힌다. 주민 불편을 해소하려고 수년간 수십억 원을 투입해 만든 신설 도로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는 것이다.
부산진구는 즉각 반발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은 애초 유효장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업에 동의한 것이냐”며 “도로 개설 공사가 90%가량 진행돼 건널목만 뚫리면 개통할 수 있는데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부산진구의회 김재운 의원은 “주민은 국가 철도시설로 100년 넘게 피해를 보는데, 코레일이 보상은 못할망정 자기들 수익을 올리려고 사업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