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정부 정책 존중하나
- 동문·학생 등 상처 염려”
부산지역 유일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인 해운대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충족하지 못해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는다. 고교 서열화 등을 우려한 정부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해운대고도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결과 해운대고가 54.5점을 받아 기준 점수(70점)보다 15.5점이나 모자라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앞서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심의한 뒤 “해운대고가 자사고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지정 평가 영역은 ▷학교 운영(30점) ▷교육과정 운영(30점) ▷교원 전문성(5점) ▷재정·시설 여건(15점) ▷학교 만족도(8점) ▷교육청 재량평가(12점) 등으로, 점수는 100점이 만점이다. 해운대고는 이 가운데 재정·시설 여건과 교육청 재량평가 부문에서 많은 감점을 받았다. 재정·시설 여건은 15점 만점에 4.9점에 그쳤다. 법인 전입금 전출 계획 등 지표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점이 큰 교육청 재량평가에서 12점 만점에 -5.3점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교육청 재량평가는 이번에 신설된 항목인데, 이를 두고 시교육청이 해운대고의 자사고 재지정을 어렵게 하려고 기준을 훨씬 까다롭게 변경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시교육청은 해운대고 청문 절차를 거쳐 다음 달 12일까지 교육부에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오는 8월 초께 해운대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확정된다. 그러면 해운대고는 2020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다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소속이 유지된다. 시교육청은 일반고 전환을 지원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해운대고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정권균 교장은 이날 시교육청 발표 이후 학부모 등에게 입장문을 보내 “16년간 부산을 대표하는 자사고로서 정부의 교육 정책을 존중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를 선택해준 학생과 학부모, 모교를 사랑해온 동문의 상처가 염려된다”며 “고교 체제 개편을 위한 정부 정책에 단위 학교가 대응하는 건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안에 관해 학부모 학생 동문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