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즐비한 초고층 건물 탓에 도시경관이 사유화된다는 지적(국제신문 지난 4월 17일자 8면 등 보도)을 수용해 건축물 높이 제한을 골자로 하는 대책 마련에 본격 나섰다.
시는 지난달 25일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높이 관리기준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대상 구역은 주거·상업·공업지역 전체 233㎢로, 시가지 유형별로 높이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시가 부산 전역을 대상으로 건축물 높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역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총괄책임자 동의대 백태경 도시공학과 교수)가 맡았고, 기간은 2020년 12월까지다. 시는 올해 1억 원을 투입해 1차 용역을 시행하고, 내년에 3억 원을 확보해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시가 이처럼 건축물 높이관리 기준 수립에 나선 것은 현재 부산에서는 해안 산 하천 할 것 없이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 도시 경관이 망가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부산시는 용도지역·지구,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고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용도지역의 경우 저층 주택 중심의 1종 일반주거지만 층고 규정(4층 이하)이 있을 뿐 중·고층이 주를 이루는 2·3종 일반주거지역과 오피스텔 등 상업시설을 포함한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에는 높이 제한 자체가 없다. 이들 지역은 용적률과 건폐율로 높이를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건폐율을 낮추면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2·3종 일반주거지역인 만덕터널~구포역 일대에서 이처럼 건폐율을 낮추고 층수를 높인 이른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건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개발·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수립되는 지구단위계획 역시 허점이 많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구단위계획구역과 일반주거지역이 혼재되면서 경관 부조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재개발·재건축 허가 과정에서 용도 상향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지적도 있다. 또 건축물 높이를 제한한 고도지구가 단절되는 지역에서는 경관 부조화와 함께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부산시 심성태 도시계획과장은 “용도지역, 위치 등을 기준으로 높이를 정하되 곳곳에 산이 많은 부산의 지형적 특성도 반영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은 용역수행기관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부산연구원은 ‘부산 조망경관 관리방안’ 정책 과제 연구를 시작했다. 부산의 조망경관 훼손 양상을 분석하고 이를 제어·관리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발굴한다. 연구는 오는 11월 마무리된다. 박상필 연구위원은 “부산시 경관계획이 있지만 구속력이 없어 심의 때 참고자료 정도로만 활용되고, 용도지역이나 가로구역별 기준 역시 악용될 소지가 많아 새로운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정책을 연구해 수용가능범위 내에서 시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