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스텝’ 명칭바꿔 기능 확대
- 부산문화재단·문화회관
- 통합 1순위였다가 ‘제외’
- 항만산업진흥원 등 신설도
오거돈 시장 취임 이후 ‘공공기관 고강도 혁신’을 외치던 부산시가 지지부진한 통폐합 작업 탓에 스스로 혁신 의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 기관의 외연을 확장해 명칭까지 바꾸는가 하면 일부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유사·중복 기관을 통폐합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공공기관 수를 줄이겠다던 시의 공언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시는 최근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비스텝) 기능을 확대·전환하면서 명칭을 부산산업과학혁신원으로 변경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평가하는 기존 비스텝 기능에다 부산 산업구조 혁신 방안을 수립하는 기능까지 더한 것이다.
문제는 애초 비스텝이 통폐합 대상 공공기관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앞서 시는 부산연구원을 중심으로, 비스텝을 비롯해 부산복지개발원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등 연구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살핀 뒤 통폐합하기로 했었다.
시는 이와 함께 통폐합 1, 2순위였던 부산문화재단과 부산문화회관 역시 “기능이 중복되지 않는다”며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또 통폐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온 영화의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양 기관 자체 용역 결과를 지켜본 뒤 방침을 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기관 간 통폐합 작업을 빠르게 추진해 연내 결실을 보겠다는 시의 의지가 실종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시는 맑은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공급하겠다며 물연구원, 해양항만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며 부산항만산업진흥원까지 만들겠다고 나섰다. 현재 시 공공기관은 25개로, 전국 1위다. 서울보다 3곳, 인천보다 9곳이 많다. 물론 시는 물연구원을 출연기관이 아닌 시 조직 내 연구기관 성격으로 설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기관 간 통폐합 없이 새로운 출연기관을 설립하면 시민사회의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해 말 공공기관의 올해 예산을 20% 일괄 유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혁신 작업을 시작했다. 시는 고강도 혁신안을 자체 수립·시행하는 등 공공기관의 자구 노력을 지켜본 뒤 예산을 추가 지급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에서 슬그머니 원상복구 조처했다. 결국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시가 추진한 조처 가운데 기관장 연봉 일괄 삭감(5%) 외에는 모두 흐지부지됐다.
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통폐합은 기관별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내부 이해관계도 첨예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시의 공공기관 혁신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