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개월 간 200여 명 면접 진행
- 공무원·경찰·시설종사자도 대상
- 원장 일가 재산환수 방법 모색
- 진상규명 법 통과 촉구 계획도
형제복지원 인권 유린 사태의 국가 책임을 가리고 박인근 원장 일가 재산을 환수할 방법을 찾는 조사가 이뤄진다. 1987년 형제복지원 참상이 세상에 드러난 지 32년 만에 처음으로 공적 기관이 진행하는 공식 조사다. 부산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회에 계류 중인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 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형제복지원 특별법)의 통과를 촉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는 16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 조사 용역’ 착수 보고회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용역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려면 공적 기관 통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조사는 내년 4월 10일까지 약 9개월간 진행된다.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남찬섭 교수팀이 맡았다.
핵심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국가 책임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데 있다. 형제복지원은 국가 복지체계 안에서 만들어지고 운영됐다. 정부는 당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형제복지원을 사회복지법인으로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형제복지원 인권 유린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또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국가 기관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형제복지원을 운영했던 박 원장 일가의 재산 증식 과정을 조사하는 내용도 용역에 포함됐다. 박 씨 일가가 형제복지원을 통해 모은 재산을 환수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미 30년이 지난 사건인 만큼 관련 자료를 모으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 교수는 “1987년 사건이 터진 이후 야당(신민당)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에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형제복지원 수용자는 정상적 식사와 의복을 제공받지 못했는데, 국가 보조금이 다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은 기본적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 구술과 면접을 통해 진행된다. 형제복지원 수용 경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 공무원, 경찰, 시설 종사자 등 직·간접적으로 형제복지원과 관련된 인물도 조사 대상이다. 국가 공권력을 집행하는 계층의 책임 여부도 다루기 위해서다. 폐원 이후 형제복지원 수용인 삶의 궤적도 살펴본다.
용역에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한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팀장은 “피해자 구술로만 전해졌던 형제복지원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지자체 연구를 통해 공식화하는 의미가 있다”며 “왜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 폭력으로 봐야 하는지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