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들을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해외 아동시설에 맡긴 뒤 연락을 끊어버린 비정한 한의사와 부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8년 넘게 국내외 반복된 유기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아이는 현재 부모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하며 정신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부산에 사는 A(47) 씨는 2014년 11월 둘째 아들 B(당시 10) 군과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했다가 홀로 귀국했다. B 군은 현지 선교사가 운영하는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 A 씨는 선교사에게 B 군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라고 소개하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잠시만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A 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A 씨는 번듯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고, B 군의 친모는 필리핀 여성이 아닌 한국 사람이다. 그동안 A 씨 부부는 B 군이 아동조현병 증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학교도 보내지 않은 채 6살 때부터 경남 마산, 충북 괴산 소재 아동기숙시설이나 사찰에 맡겼다. 자신들의 이름과 아이의 연령, 주소 등은 일체 숨겼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B 군의 정신이상 증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위탁시설마다 번번이 1년만 넘기면 데려가달라는 연락을 해왔다. 급기야 A 씨 부부는 B 군을 해외에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A 씨는 인터넷으로 ‘필리핀, 한인, 선교사’ 등을 검색해 한인 선교사를 물색한 뒤 B 군의 손을 잡고 필리핀으로 향했다.
A 씨는 선교사가 자신을 찾을 수 없게 B 군의 이름을 개명한 뒤 이전 이름으로 소개하고, 아동여권을 뺏은 뒤 연락처까지 모두 바꾸면서 부모자식간의 연을 모두 끊어내려 했다. 지난 4년 동안 말도 안 통하는 필리핀 고아원을 전전한 B 군의 증세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중증 정신분열로 악화했다. 현재 왼쪽 눈도 실명한 상태다.
더는 B 군을 맡을 수 없게 된 선교사는 지난해 8월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을 올렸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B 군의 온전치 못한 기억을 조합해 결국 A 씨를 찾아났다. 그러나 B 군은 “아빠가 또 다른 나라로 나를 버릴 수 있다. 아빠한테 보내지 말아달라”며 부모에게 돌아가길 거부했다.
이에 대사관은 부산 경찰에 ‘아동유기 의심사건’으로 수사를 의뢰했고,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B 군을 데리고 온 A 씨를 입건했다. 당시 A 씨는 변호사와 동행해 일체의 진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전에도 네팔에 B 군을 한동안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와 부인, 첫째 아들은 B 군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 동안 태국, 괌 등 해외여행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측은 “네팔은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 보낸 것”이라며 “필리핀은 영어능통자를 만들려고 유학 보냈다”고 주장한다. 필리핀 선교사에게 맡기면서 3500만 원을 줬고, 건강이 좋지 않아 보살필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반복적으로 B 군을 시설에 맡긴 뒤 연락을 끊는 등 아동복지법상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수년간 연락을 끊는 등 B 군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한의사 A(47) 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이를 공모한 부인 B(48)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애 있는 친자식을 국내외 유기한 탓에 가벼운 수준의 장애가 중증도의 정신분열로 치닫게 한 반인륜적 사건”이라며 “아동보호기관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B 군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심리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