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애 아들 ‘코피노’라 속여 필리핀에 버린 한의사 부부

아동조현병 증세 심해지자 한인 선교사 운영 고아원에 유기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19-07-16 19:46:02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여권 빼앗고 전화번호도 바꿔
- 연락도 찾지도 못하게 만들어
- 검찰, 방임 등 혐의 부모 기소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을 해외에 유기한 뒤 연락을 끊어버린 비정한 한의사와 아내가 4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 부부는 예전에도 아들을 아동시설이나 사찰 등에 맡기고 1년 넘게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8년 넘게 국내외에서 반복된 유기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아들은 현재 부모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검찰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부산에 사는 A(47) 씨는 2014년 11월 둘째 아들 B(당시 10) 군과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했다가 홀로 귀국했다. B 군은 현지 선교사가 운영하는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 A 씨는 선교사에게 B 군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라고 소개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잠시만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A 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A 씨는 번듯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고, B 군 친모는 필리핀 여성이 아닌 한국인이다. 그동안 A 씨 부부는 B 군이 아동조현병 증세를 보이자 학교에 보내지 않은 채 6살 때부터 경남 마산, 충북 괴산의 아동기숙시설이나 사찰에 방치했다. 자신들의 이름과 아들의 나이, 주소 등은 모두 숨겼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B 군은 정신장애가 갈수록 심해졌다. 위탁시설마다 번번이 1년만 넘기면 데려가 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급기야 A 씨 부부는 B 군을 해외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인터넷으로 ‘필리핀’ ‘한인’ ‘선교사’ 등을 검색해 한인 선교사를 물색한 뒤 B 군과 함께 필리핀으로 향했다.

A 씨는 선교사가 자신을 찾을 수 없게 B 군 이름을 미리 개명한 뒤 이전 이름으로 소개하고, 여권을 빼앗은 뒤 연락처까지 모두 바꾸면서 부모 자식 간 연을 모두 끊으려 했다. 지난 4년간 필리핀 고아원을 전전한 B 군의 증세는 중증 정신분열로 악화됐다. 왼쪽 눈도 실명했다.

더는 B 군을 맡을 수 없게 된 선교사는 지난해 8월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을 올렸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B 군의 온전치 못한 기억을 조합해 결국 A 씨를 찾아냈다. 그러나 B 군은 “아빠가 또 다른 나라로 나를 버릴 수 있다. 아빠한테 보내지 말아 달라”며 부모에게 돌아가길 거부했다.

이에 대사관은 부산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B 군을 데리고 온 A 씨를 입건했다. 당시 A 씨는 변호사와 동행해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전에도 네팔에 B 군을 한동안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와 아내(48), 큰아들은 B 군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 동안 태국 괌 등으로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A 씨 측은 “네팔은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낸 것”이라며 “필리핀은 영어 능통자로 만들려고 유학 보냈다”고 주장한다. 또 선교사에게 맡기면서 3500만 원을 줬고, 건강이 좋지 않아 보살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검찰은 반복적으로 B 군을 시설에 맡긴 뒤 연락을 끊는 등 아동복지법상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A 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이를 공모한 부인 B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국내외에 유기한 탓에 가벼운 수준의 정신장애를 중증 정신분열로 치닫게 한 반인륜적 사건”이라며 “아동보호기관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B 군의 의료·심리 치료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8. 8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9. 9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10. 10[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0일
  9. 9“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0. 10“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