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이 몰린 부산 기장군에서 이장과 아파트 관리소장이 마을 공금으로 지급된 억대 피해 보상금을 빼돌렸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장 등은 외지에서 이주해온 주민이 많고, 이들이 마을 사정에 어둡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기장경찰서는 기장군 A골프장 공사 과정에서 마을에 지급된 피해 보상금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로 이장 B(5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또 B 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C(61) 씨를 함께 입건하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마을 공금 통장에 든 1억6000만 원을 가로채 중고차를 사거나 자신의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아파트 관리소장인 C 씨는 B 씨가 돈을 요구할 때마다 수십만 원 또는 수백만 원씩 내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2011년 6월 A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건설사 측은 주변 마을 6곳에 각각 피해 보상금 2억 원을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 측은 이 돈을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고, 매년 마을별로 돌아가며 수천만 원씩 줬다. C 씨는 공금 통장으로 받은 돈을 관리하면서, B 씨가 요구할 때마다 그의 개인 통장으로 돈을 보냈다. C 씨는 관리소장직을 유지하려고 B 씨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씨와 C 씨가 이 마을 주민 1000여 명 가운데 70%가량이 외지인인 탓에 마을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점을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아파트 외지인 세입자 상당수는 마을이 골프장 건설 피해 보상금을 받은 사실조차 몰랐다. B 씨는 경찰에 적발된 뒤 빼돌린 돈 1억6000만 원 중 6500만 원을 변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 등이 범행을 시인해 도주 우려가 없고, 챙긴 돈 일부를 되돌려 놓은 점을 참작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