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4년간 필리핀에 버려진 아이, 구할 기회는 많았었는데…

한의사 부부, 장애 아들 유기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19-07-17 19:43:21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3년전 미취학자 관리 강화 불구
- 그전에 방치된 아동엔 조사 없어
- 교육청·지자체 아무도 유기 몰라
- 출국기록만 있고 입국 안했는데
- 적발 못한 출입국 관리도 ‘허점’

부모로부터 외면당한 아동이 8년 넘게 입학도 하지 않고 불법 체류자로 해외에 유기(국제신문 17일 자 6면 보도)된 동안 우리 사회 안전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6년 이른바 ‘원영이 사건’으로 초등학교 예비소집 불참 학생의 안전·소재 확인 절차가 강화됐지만, 그 이전 미취학 상태로 방치된 아동은 관련 기록조차 제대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검찰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의사 A(47) 씨가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국내외 아동시설 등에 반복해서 내맡긴 아들 B(14) 군의 교육 관련 기록은 전무하다. 경찰은 지난 10년간 B 군 주소지로 등록된 부산·대구의 교육청과 지자체, 주민센터 등에 입학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모든 기관에서 ‘해당 자료 없음’이라는 공문을 회신했다.

취학 연령이 되면 주민센터는 관내 취학 대상자 명부를 작성해 각 가정에 통보한다. 학생이 몸이 아프거나 해외 유학 중이면 학부모는 1년씩 입학을 유예하며 그 기간을 갱신할 수 있고, 주민센터는 취학할 때까지 따로 관리한다.

2016년부터는 취학 대상자가 이유 없이 입학 예비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주민센터나 학교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가정학대로 예비소집에 불참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숨진 ‘원영이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이 내놓은 매뉴얼이다. 그러나 2016년 전 예비소집 불참 아동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다.

B 군은 2012년께 취학 대상자가 됐다. 당시 B 군 주소지는 대구 할머니집으로 등록됐다가 취학 통지서 발급 이후 부산으로 옮겨졌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취학 통지서를 받은 기억이 있다. 아이가 산만하고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 입학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때 B 군은 학교 대신 충북 괴산의 한 사찰에 800만 원을 주고 맡겨졌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원영이 사건 전이라 교육 당국과 지자체의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에서 부산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지금도 ‘제 2, 제 3의 B 군’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출국했다가 수년간 이유 없이 입국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출입국 관리에도 허점이 노출됐다. 2014년 11월 A 씨는 B 군을 데리고 필리핀 마닐라에 갔다가 현지 선교사에게 맡기고 도망치듯 홀로 귀국했다. 아들과 함께 출국했던 A 씨가 혼자 귀국했는데, 당시 제대로 조사만 이뤄졌다면 ‘B 군의 비극’을 조금이라도 일찍 막을 수 있었다.

미성년자인 B 군이 불법 체류자 신세로 4년 넘게 해외 고아원을 전전하는데도 현지 대사관 등에서 관리하지 못한 책임도 지적된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필리핀으로 오가는 한국인이 많다 보니 한 명, 한 명을 별도 관리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8년 넘게 반복된 유기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B 군은 현재 부모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7. 7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0. 10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4. 4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5. 5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6. 6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7. 7“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9. 9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부산의 힘'
한부모 가장 장애자녀 셋 돌봄…낡고 좁은 집 ‘위태’
위기가정 긴급 지원
홀로 질병과 생활고 견디는 독거노인…수도까지 끊겨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