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전에 방치된 아동엔 조사 없어
- 교육청·지자체 아무도 유기 몰라
- 출국기록만 있고 입국 안했는데
- 적발 못한 출입국 관리도 ‘허점’
부모로부터 외면당한 아동이 8년 넘게 입학도 하지 않고 불법 체류자로 해외에 유기(국제신문 17일 자 6면 보도)된 동안 우리 사회 안전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6년 이른바 ‘원영이 사건’으로 초등학교 예비소집 불참 학생의 안전·소재 확인 절차가 강화됐지만, 그 이전 미취학 상태로 방치된 아동은 관련 기록조차 제대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검찰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의사 A(47) 씨가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국내외 아동시설 등에 반복해서 내맡긴 아들 B(14) 군의 교육 관련 기록은 전무하다. 경찰은 지난 10년간 B 군 주소지로 등록된 부산·대구의 교육청과 지자체, 주민센터 등에 입학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모든 기관에서 ‘해당 자료 없음’이라는 공문을 회신했다.
취학 연령이 되면 주민센터는 관내 취학 대상자 명부를 작성해 각 가정에 통보한다. 학생이 몸이 아프거나 해외 유학 중이면 학부모는 1년씩 입학을 유예하며 그 기간을 갱신할 수 있고, 주민센터는 취학할 때까지 따로 관리한다.
2016년부터는 취학 대상자가 이유 없이 입학 예비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주민센터나 학교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가정학대로 예비소집에 불참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숨진 ‘원영이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이 내놓은 매뉴얼이다. 그러나 2016년 전 예비소집 불참 아동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다.
B 군은 2012년께 취학 대상자가 됐다. 당시 B 군 주소지는 대구 할머니집으로 등록됐다가 취학 통지서 발급 이후 부산으로 옮겨졌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취학 통지서를 받은 기억이 있다. 아이가 산만하고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 입학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때 B 군은 학교 대신 충북 괴산의 한 사찰에 800만 원을 주고 맡겨졌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원영이 사건 전이라 교육 당국과 지자체의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에서 부산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지금도 ‘제 2, 제 3의 B 군’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출국했다가 수년간 이유 없이 입국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출입국 관리에도 허점이 노출됐다. 2014년 11월 A 씨는 B 군을 데리고 필리핀 마닐라에 갔다가 현지 선교사에게 맡기고 도망치듯 홀로 귀국했다. 아들과 함께 출국했던 A 씨가 혼자 귀국했는데, 당시 제대로 조사만 이뤄졌다면 ‘B 군의 비극’을 조금이라도 일찍 막을 수 있었다.
미성년자인 B 군이 불법 체류자 신세로 4년 넘게 해외 고아원을 전전하는데도 현지 대사관 등에서 관리하지 못한 책임도 지적된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필리핀으로 오가는 한국인이 많다 보니 한 명, 한 명을 별도 관리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8년 넘게 반복된 유기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B 군은 현재 부모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