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수령 최대 80년 가까이 돼”
- 시공사 “보호수종 아니라 정리”
부산 해운대구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에서 진행 중인 ‘블루라인파크’ 사업이 환경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수십 년간 철길과 역사를 함께 해온 나무 수십 그루가 공사 과정에서 잘려나가 주민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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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산 해운대구 옛 송정역 인근 블루라인파크 사업 공사 현장에 철로 주변에서 베어낸 나무가 쌓여 있다. 김종진 기자 |
17일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블루라인파크 사업은 해운대구 미포부터 옛 송정역까지 8㎞의 폐선 부지를 정비해 풍경열차와 철로 위 하늘을 달리는 스카이바이크 등과 같은 레저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지난 5월 첫삽을 떴다. 부산시가 2013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 협약을 맺은 뒤 시민·사회 단체와 수 차례 회의를 거쳐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 방식이 정해졌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시행사 측이 옛 송정역 일대 철길 500m 구간에서 방음목을 베어내자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송정역 폐선 철로에는 밑동이 베어지고 뿌리째 뽑힌 향나무, 동백나무 등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철길 양쪽에 살아남은 나무들도 밑동과 앙상한 가지만 남긴 상태였다. 이달 초 공사 과정에서 시행사의 지시로 시공사가 열흘에 걸쳐 철길 양쪽에서 자라던 방음목을 베어내거나 뽑았기 때문이다. 주차장이 조성되는 구간에는 나무를 모두 베어냈다.
옛 송정역사가 1940년 지어진 것을 고려하면 역사 주변에 심긴 나무들은 수령이 최대 80년 가까이 된 셈이다.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잘려나가자 주민들은 아쉬움을 나타낸다.
주민 A(60) 씨는 “시공사에 잘려나간 나무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더니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체계적인 검토 없이 무작위로 나무가 잘려나갔다는 증거”라면서 “옛 송정역 역사의 일부인 나무가 별도의 조치 없이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사업을 위해 불가피하게 벌목을 했지만, 주변 주민의 요구를 반영해 보호할 가치가 없는 나무만 잘라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 주민들이 나무 주변에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데다 집앞이 나무에 가려 답답하다며 벌목을 요구했다”며 “보호 수종을 잘라낸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옛 송정역 남쪽 구간과 송정삼거리 일대 그린레일웨이 2단계 사업 구간의 철로 주변 나무도 베어냈다는 게 시행사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시행사가 주민 요구를 받아들여 사업 부지의 수목을 관리한 것으로 안다”면서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점용 허가를 얻은 곳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구가 벌목 중단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