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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18> 경남 창원 진북면 김기태 씨

식·약용 고부가 굼벵이 키우는 ‘꽃벵이(굼벵이 애칭) 명장’ 될 겁니다

  •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
  •  |   입력 : 2019-07-21 19:06:3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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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결심 후 2년간 시간 투자
- 특용작물 기술 전수 비용에 좌절
- 부산 해운대 ‘녹색환경기술학원’서
- 150시간 숲생태곤충사육실무 배워

- 580여 평 땅·1억3000만 원 투입
- 농장·가공실 지은 후 본격 귀농활동
- ‘창원 꽃벵이 농장&식품’으로 등록

-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인 굼벵이
- 식약처 식용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 약용 식품이자 미래의 식재료

- 생굼벵이·엑기스·분말 등 가공·생산
- 최근엔 종자 분양·사육 컨설팅도
- 지난 5월부터 아이들 체험실 운영

다양한 이유로 귀농을 결심한 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농촌으로 들어가는 이들 중 상당수가 준비 부족으로 실패를 거듭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더욱이 젊은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금액을 투자해 대규모로 번듯하게 첨단화된 시스템을 갖춘 농사를 시작하면 ‘금의환향’으로 반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초라한 귀향’이란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김기태(41) 씨는 이 같은 우려에도 십여 년의 도시생활을 용기 있게 정리하고 고향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으로 돌아왔다. ‘굼벵이 명장’을 꿈꾸는 그의 새로운 출발은 그래서 가치를 더한다.

■청년의 귀농, 가족의 반대

   
김기태 씨가 꽃벵이 사육농장에서 발효톱밥을 먹이며 사육 중인 꽃벵이를 손에 들어 보여주고 있다.
김 씨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13년을 근무하다 2년 전인 2017년 9월 귀농했다. 그전에는 동갑내기 아내 이민희 씨와 두 자녀를 낳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뜩 하루 8~12시간을 일하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사는 자신을 발견했다. 직업에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어디 그렇게 많겠는가. 그래도 김 씨의 내적 갈등은 평범한 수준을 넘어 심각했다.

김 씨는 “만약 12시간 동안 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면 어떤 변화와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했다. 그러다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아내의 반대는 예상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는 미처 예상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그는 “부모님 생각에 젊은 아들이 농사를 지으려고 귀향하는 것은 도시에서 실패해 고향으로 도망쳐 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설득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결심과 미래에 동의하신 뒤에는 농장을 할 땅도 선뜻 내어주셨다. 아내 역시 주위 시선을 의식한 탓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남편의 확고한 신념에다 자신 역시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로 오래지 않아 김 씨의 후원자로 돌아섰다.

■곤충, 굼벵이를 선택하다

   
굼벵이 특유의 냄새를 잡기 위해 5일 이상 절식한 굼벵이를 선별해 건조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
귀농하기로 결심한 뒤 작물을 선택하고 농사를 시작하기까지 2년이란 시간을 투자했다. 일반적인 농사보다는 특용작물을 해보자고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기술을 배우려고 농가를 방문하면 기술 전수 비용으로 거액을 요구했다.

그러던 중 알아낸 곳이 부산 해운대에 있는 ‘녹색환경기술학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3개월간 150시간에 걸쳐 숲생태곤충사육실무를 배웠다.

김 씨는 “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이상철 박사라는 멘토를 만났다.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굼벵이도 박사님과 많은 논의를 거쳐 선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이 내주신 580여 평의 땅에 1억3000여만 원을 들여 굼벵이 농장과 가공실을 지었다. 농장을 만들고도 10개월 동안은 직장을 다니면서 농사를 병행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오롯이 굼벵이 농장에만 전념하면서 농장 이름을 ‘창원 꽃벵이 농장&식품’으로 정했다. 꽃벵이는 흰점박이꽃무지의 유충인 굼벵이의 애칭이다.

농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서는 흰점박이꽃무지 유충만을 전문적으로 사육한다. 정식으로 허가 받은 장소에서 생굼벵이, 굼벵이 엑기스, 굼벵이 분말 등을 가공·생산한다. 최근에는 종자분양 및 사육 컨설팅도 시작했다.

   
귀농 2년 차 김기태 씨의 꽃벵이 사육농장 전경.
이뿐만 아니라 지난 5월부터는 주변의 권유로 아이들을 위한 체험실 운영도 시작했다. 체험실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굼벵이 애니메이션 상영, 굼벵이 비누 만들기, 연 만들기, 목걸이 만들기, 굼벵이 사육키트 등 3, 4시간 동안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가족 단위 체험객은 물론 어린이집에서도 많이 찾는다.

김 씨는 “아직 직장을 다니면서 받던 급여의 100%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80%까지는 올라왔다”면서 “꽃벵이 사육과 가공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꽃벵이 명장’을 꿈꾸다

   
꽃벵이를 엑기스로 만드는 가공실.
꽃벵이는 초가 지붕에서 채집하거나 일부 농가에서 사육해 판매하던 곤충으로, 주로 약용으로 이용됐다. ‘동의보감’에는 ‘간 질환 등 성인병 치료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김 씨는 “꽃벵이는 2014년 9월 30일부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용 식품원료로 인정했다. 저지방 고단백인 꽃벵이를 미래의 식재료로, 환자의 보양식으로, 병후 회복식으로 많이 이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꽃벵이는 비타민B가 풍부해 강장제로 사용되며, 통증 완화와 악성 부스럼 치료에도 효과적이고, 단백질과 오메가3가 풍부해 갱년기 여성이나 청소년 골격 발달에도 좋다고 알려줬다.

   
김기태 씨가 농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꽃벵이의 효능과 사육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효능을 잘 살리고 맛있는 꽃벵이를 만들기 위해 그는 “꼭 절식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절식하면 할수록 꽃벵이 중량은 줄어 들지만, 꽃벵이 몸 안을 최대한 깨끗하게 비워 특유의 냄새를 잡으려면 5일 이상의 절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고객이 행복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농장을 만들겠다. 굼벵이도 명품이 있다. 믿을 수 있는 농장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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