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공단서 측정기 긴급 대여
- 시 “조사 결과에 이상 있을 땐
- 안전 확보 때까지 사용 금지”
- 관리 주체 지정 필요 목소리

부산 수영구 민락동 회센터 공중화장실에서 황화수소에 노출된 여고생이 쓰러진 사고(국제신문 5일 자 8면 보도)가 나자 부산시와 각 구·군이 관내 공중화장실의 전수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시와 구·군은 밀폐된 공간에서 유해가스를 측정하는 장비조차 보유하지 않고 있어 언제, 어디서 비슷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각 구·군에 일반 공중화장실, 개방형 민간화장실의 유해가스 검출 여부를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고 5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각 구·군이 관리하는 일반 공중화장실은 601개, 개방형 민간화장실은 2577개다.

각 구·군은 시에서 유해가스 측정기를 대여해 화장실 변기와 배수구, 세면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또 유해가스가 나올 수 있는 정화조, 오수처리시설, 분류식 하수관거 등이 화장실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조사하고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나 구·군은 유해가스를 측정하는 장비를 따로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사고가 터지자 한국환경공단에 유해가스 측정기 10대를 대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처럼 배기가 원활하지 않은 공간에서 유해가스가 나오는 걸 사전에 예방하는 게 불가능한 셈이다.

시나 각 구·군이 ‘밀폐 공간’에 대한 개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밀폐 공간 관리 주체도 불분명해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해가스가 응축될 수 있는 밀폐공간에 대한 개념을 시와 각 구·군이 인지하고 유사한 사고가 나올 수 있는 곳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우선 밀폐공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유입 가스의 존재와 발생 가능성을 측정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경대 손윤석(환경공학) 교수도 “공단지역이나 하수처리장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유해가스 관리가 이뤄진다. 이번에는 공중화장실에서 유해가스가 나온 경우여서 관리 주체가 애매하다”면서 “향후 관리 주체를 명확하게 해야 유사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유해가스 관련 시설물을 보유한 기관이나 업체가 밀폐공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중화장실의 경우 이번 전수 점검을 통해 유해가스 측정 결과 이상이 있으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라며 “다른 시설물의 경우에는 보유 기관이나 업체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