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세기 조선 백자 생산지 추정
- 옛 사료 속 ‘감물야촌’ 유력
- 백파선 활동 무대였을 가능성

경남 김해시가 조선 시대 백자 가마터 발굴에 나서면서 일본에서 아리타에서 ‘도자기의 어머니’로 추앙받는 조선 시대 여성 도공인 백파선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는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상동면 야산 조선 시대 백자 가마터에서 정밀 발굴작업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이곳 시굴 조사에서 가마터와 도자기 폐기장이 발견됐다. 도자기 파편으로 볼 때 이곳은 김해 최초의 백자 가마터이며, 17세기 민간 납품 도자기를 생산했던 곳으로 추정된다. 세종실록지리지 등에는 김해에 집단 도요지인 ‘감물야촌’이 있다고 기록돼 있는데, 바로 이곳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가마터의 연대는 백파선이 살았던 시기와 비슷하다. 백파선은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가 명장이 된 여류도공이다. 일본 도자기의 발상지로 불리는 아리타에서 ‘도자기의 어머니’로 추앙받는다.

백파선은 김해 출신으로 추정된다. 문헌에는 백파선 일행은 부산 강서구 죽림동 죽도왜성을 쌓았던 왜군장수가 강제로 일본에 데려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학계에서는 백파선이 이 가마터에서 활동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일본 아리타에 거주하는 백파선의 후손도 선조의 고향을 김해로 알고 있다. 백파선의 후손은 백파선과 남편 김태도가 조선의 심해에서 왔다는 뜻으로 ‘심해’라는 성을 쓰는데, 당시 조선에는 심해라는 지명이 없었으므로 김해를 잘못 발음한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발굴을 맡은 재단법인 동아세아 문화재연구원 김재홍 팀장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상동 백자 가마터 일대에서 백파선 등 도공이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발굴을 더 해봐야 알겠지만 연관 유물이 나올 수도 있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번 발굴로 이곳이 백파선 활동무대라고 확인되면 상동면을 중심으로 백파선을 재조명하는 사업을 벌여 도자기 도시로서 김해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매년 10월 분청도자기 축제를 열면서 백파선 혼이 살아있는 일본 아리타 도예인과의 교류전을 열고 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