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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24> 천사와 사자 : 똑같은 Angel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08 19:48:2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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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전화번호 88888888이 3억 원 넘게 팔린 적이 있다. 부자가 된다는 발재(發財)의 파(fa)와 8(fa)의 발음이 같아서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단다.

   
수호천사인 Angel. 오른쪽 사진은 저승사자인 Angel.
우리나라에서는 1004가 딱 그렇다. 천사로 아름답게 발음되며 아주 좋은 뜻으로 연상된다.

유대인들은 자기들 히브리어로 천사를 말라흐라고 불렀다. 심부름꾼이란 뜻이다. 말라흐가 헬라어로 안겔로스, 라틴어로 안젤루스, 영어로 엔젤이 되었다. 필리핀의 도시인 앙겔로스도 천사라는 뜻의 스페인식 발음이다.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천사(天使)는 중국에서 천자(天子)의 사자(使者)라는 뜻으로 쓰였으나 메이지유신 이후 angel의 번역어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다.

성경에서 이름을 가진 천사는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딱 셋이다. 나머지는 무명천사들이거나 무리지어 다니는 케루빔(cherubim)이다. 성경 어디에도 날개 달린 흰 옷 입은 착한 천사는 없다. 영적 존재인 천사는 오히려 강인한 남성 이미지에 가깝다. 어떤 연유로 천사가 백의의 천사처럼 되었을까? 하늘(天)의 명령을 받아 심부름하는(使) 자라는 뜻에서 천사자(天使者)라고 번역되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영어 성경에서 angel은 우리말 성경에서 천사나 사자로 번역되어 있다. 둘 다 똑 같은 뜻이다. 하지만 일상 국어생활에서 천사라 하면 흰 옷 입은 착한 수호천사가 떠오르며 사자(使者)라 하면 염라대왕이 심부름 보낸 검은 저승사자가 떠오른다. 낱말의 청각적 이미지를 멋대로 만들어 내는 인간능력도 대단하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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