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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불편해야 사람이 편하다 <7> 음주, 강력한 처벌 체계로

맥주의 나라 독일, 초보 운전자는 ‘한 모금’도 엄벌

  • 국제신문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19-08-11 20:39:05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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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관련 사망·사고 9.4%
- 호주·프랑스·스페인은 30%

- 혈중 알코올 0.03%부터 처벌
- 0.05% 땐 500유로 범칙금
- 적발 횟수마다 금액 배로 늘어

- 견습 면허 기간 2년 동안은
- 극소량 알코올 음료라도 안돼

- 면허 재취득은 최대 5년 걸려
- 의학·심리학적 진단서도 제출

독일은 맥주의 나라다. 유럽에서 체코와 오스트리아 다음으로 맥주 소비량이 많은 국가다. 지난해 독일인 1인당 102ℓ의 맥주를 마셨다. 독일인의 맥주 사랑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가 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FC샬케04의 홈구장 펠틴스 아레나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약 5㎞짜리 맥주 파이프라인이 설치돼있다. 공장에서 경기장으로 곧바로 맥주가 운반돼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평균 3만ℓ의 맥주가 소비된다.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뮌헨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는 호프브로이, 아우구스티너와 같은 독일 맥주를 맛보기 위해 전세계의 애주가가 구름처럼 몰려든다. 축제 기간 소비되는 맥주는 평균 600만ℓ에 달한다.
‘맥주의 나라’ 독일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매우 높다. 사진은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 있는 노천카페 거리의 모습.
■술 소비량 많지만 인명사고는 적어

술 소비가 많다는 건 음주운전이 발생할 여지가 많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독일인 한 사람당 1년에 13.4ℓ의 순수 알코올 소비량을 기록했다. 맥주의 나라 답게 마신 술의 53%가 맥주였다. 와인이 28%로 뒤를 이었고, 증류주(Spirits)가 19%로 3번째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0년간 독일의 알코올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OECD 상위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독일의 음주운전에 의한 인명사고는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높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독일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총 4647만 대다. 독일 인구가 약 8230만 명이니, 독일인의 약 56%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OECD 따르면 2010년 독일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총 3648명이다. 이 중 음주운전과 관련된 사망자는 9.4%다. 같은 해 다른 서구권 국가는 ▷호주 30% ▷덴마크 22% ▷프랑스 30.8% ▷그리스 33.7% ▷이탈리아 22.6% ▷스페인 30.9% 등을 기록했다. 2015년 기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자동차 사망사고 비율이 58%에 달했고, 캐나다와 미국은 각각 34%와 31%를 기록했다. 같은 해 한국은 14%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독일 함부르크시 운송혁신사업국 스테판 요겔 담당관은 “음주운전을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과 함께 다양하고 강력한 처벌 체계가 갖춰진 덕이다”고 설명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부터 처벌

그렇다면 독일의 음주운전 처벌 체계는 어떻게 구성돼있을까. 독일은 운전 벌점이 18점에 이르면 면허가 취소된다. 음주운전의 벌점은 대부분 4점이다. 독일 형법상 음주운전의 제재 기준이 되는 혈중알코올농도는 0.03%다. 독일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수준이면 ‘알코올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본다. 이 정도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보인 운전자라도 사고를 일으킨 경우 면허가 정지된다. 심하면 벌금형 또는 1년 이하의 실형에 처할 수도 있다. 한국 또한 지난 6월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을 시행하면서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해 1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독일은 형사처벌을 의미하는 벌금형을 대신해 상황과 사안에 따라 범칙금 형식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혈중알코올농도 0.05%부터 ‘사고 위험이 2배 늘어난다’고 본다. 여기에 해당하는 음주 운전자는 500유로의 범칙금과 운행정지 1개월의 처벌을 받는다. 이미 한 차례 음주운전을 저지른 운전자가 또 한번 적발되면 범칙금은 1000유로로 크게 오르며, 운행정지 기간은 3개월로 늘어난다. 3번째 적발되면 범칙금이 1500유로다. 다만 차량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정될 때는 5년 이하의 실형이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11%를 넘어가면 ‘10배 이상의 사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는데, 이 때는 면허가 취소되고 반드시 형사 처벌을 받는다. 또 운전 면허를 다시 취득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초보 운전자는 0.0%도 처벌

음주 운전자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2007년부터 ‘초보 운전자’ 여부를 따지고 있다. 초보 운전자란 정식 면허가 발급되기 전 임시 면허를 획득한 사람 또는 만 21세 미만의 운전자를 뜻한다. 독일의 견습면허 기간은 2년인데, 속도위반과 같은 비교적 작은 사고만 일으켜도 그 기간은 4년으로 늘어난다. 독일 형법전에 명시된 ‘초보 운전자의 주취운전금지’ 조항에는 ‘초보 운전자는 도로에서 자동차의 운전자로서 알코올 음료를 섭취하거나 또는 이러한 알코올 음료의 영향에 있으면서 자동차를 운행한 자는 질서에 위반해 행위한 것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해 혈중알코올농도가 얼마로 측정되든 사람을 취하게 하는 그 어떤 음료라도 마시면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 걸린 초보 운전자는 200유로의 벌금과 벌점 2점을 부과받는다.

■의사 진단 있어야 면허 재발급

독일에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가 면허를 다시 발급받으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알코올에 의한 이상 음주행동이나 이상징후가 나타날 때는 더는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고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하는 의학-심리학적 진단서(MPU-Gutachten)을 제출해야 한다. 진단서는 전문가에 의해 검사되며, 여기서 통과해야만 면허가 발급된다. 의학적-심리학적 검사는 운전자가 알코올에 의존성이 없는지, 다시 운전대를 잡으면 음주운전 재범을 일으킬 우려는 없는지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검사 항목에는 뇌, 척추, 정신질환 및 성격, 행동장애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심리적 평가는 재범율을 약 50% 줄이는 데 기여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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