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을 일으킨 가해자의 차량을 경찰서 주차장에 장기 보관하는 것을 두고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민원인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증거물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선 서에서는 별도 시설이나 규정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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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경찰서 주차장에 주차된 교통사고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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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산 경찰에 따르면 최근 기장경찰서 주차장에 교통사고 사망을 야기한 차량 2대가 열흘 가까이 주차돼 민원인의 불만을 샀다. 해당 차량은 지난 4일 잇따라 충돌사고를 낸 승용차와 SUV다. 지난 4일 오후 기장군 철마면 이곡마을 편도 1차로에서 A(73) 씨가 운행하던 차량이 전신주를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뒷 좌석 부인 B(71) 씨 숨지고, 손주 C(5) 군이 다쳤다. 같은 날 오후 기장해안로에서 D(66) 씨가 운전하던 SUV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보행자 E(여·47) 씨를 들이받고 담벼락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E 씨가 숨지고 D 씨와 동승자가 부상을 입었다.
사고를 낸 두 차량 운전자 모두 ‘급발진’을 주장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 차량을 사고 당일 별도의 조치 없이 경찰서 주차장 입구 쪽에 둔 데 이어 다음 날 덮개만 씌운 채 9일가량 그대로 뒀다. 이 바람에 경찰서를 찾은 민원인은 바퀴가 빠지고 크게 파손된 차량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한 민원인은 “심하게 파손된 차량을 보니 끔찍한 사고 현장을 보는 듯하다. 많은 이가 오가는 장소에 흉물을 두는 게 맞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경찰은 통상적으로 교통사고가 난 차량의 잔해를 경찰서 마당이나 주차장에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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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경찰서 주차장에 주차된 교통사고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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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건·사고 관련 차량을 별도 보관하지 않고 경찰서 앞 마당이나 주차장에 둘 경우 차량 내 사고기록장치(EDR) 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고 차량의 급발진 조사를 위해 국과수 감식이 필요한데, 그 전까지 출입 통제가 안 되는 곳에 이들 차량을 두는 건 문제라는 이야기다. 관련 지침에 따라 일선 경찰서는 사건사고 증거·압수물을 경리계 보관창고에서 별도 보관한다. 그런데 차량 증거물은 규모가 크고 별도 세부 관리 규정이 없다 보니 실내 보관하지 않는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오랜 시간 감식이 필요한 범죄나 사건 관련 차량을 경찰서 마당에 두는 건 맞지 않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일선 경찰서에 차량이 다 들어갈 규모의 보관 창고가 있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장서는 본지 취재 하루 뒤인 13일 교통사고 가해 차량 2대를 국과수로 보냈다. 기장서 측은 “국과수 일정 탓에 차량 증거물을 오래 주차장에 둘 수 밖에 없었다”며 “정문에서 의경이 지키기 때문에 EDR 훼손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9일부터 경찰서 각 부서의 증거·압수물을 수사지원팀에서 통합관리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의 압수·증거물 관리는 검찰 송치 전 임시보관하는 수준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생기면 수사지원팀이 총괄·관리하는 보관 창고가 더 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