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 측, 하안거 종료 뒤 방문
- 시민 ‘산적 통행료’ 부활 우려
11년 만에 입장료(문화재 관람료) 재징수를 추진하고 나선 부산 금정구 범어사(국제신문 지난 5월 7일 자 1면 등 보도)가 부산시를 상대로 담판을 짓는다. 시는 범어사 측의 지원금 인상 요구에 수개월째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아 입장료 재징수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범어사는 입장료 재징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시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범어사는 지난 3월 시에 ‘현행 3억 원인 문화재 관리 지원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입장료를 다시 받겠다’는 취지로 공문을 보냈지만, 5개월간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범어사는 14일 하안거(승려가 여름철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 전념하는 기간)가 끝나면 시의 의중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범어사는 2008년부터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는 대신 매년 시 지원금 3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시가 금액을 인상해주지 않으면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입장료 논란은 범어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범어사에 따르면 대한불교 조계종은 최근 ‘범어사만 입장료를 받지 않아 다른 사찰이 곤란해한다.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현재 대부분 사찰은 여전히 입장료를 징수한다. 범어사 관계자는 “시 지원금 3억 원은 수개월 만에 일반 경비로 소진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는 여전히 ‘무반응’이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관람료의 징수권은 문화재 소유자에게 있어, 이를 놓고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게 시의 논리다. 시 관계자는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지만, 관람료 징수권자는 결국 범어사라서 시가 의견을 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는 그동안 범어사가 보낸 공문에 회신하지 않은 건 물론 양측 관계자 간 면담도 진행하지 않았다.
범어사는 금정산 고당봉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목에 있다. 시와 범어사 간 고착 상태가 계속되면 시민 보행로에 ‘산적 통행료’가 부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시민단체는 “시민 불편이 재발할 수 있다. 시와 범어사가 하루빨리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