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와 인근 주민의 갑상샘암 발생 사이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어 한국수력원자력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피폭선량이 연간 피폭선량한도에 못 미치며,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국내외 연구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 같을 판결을 내렸다.
균도(오른쪽)과 균도 아빠 진섭 씨. 국제신문DB
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14일 이진섭(52) 씨 가족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또 피고 측 1심 소송비용 일부와 2심 소송비용 모두 원고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가 실시한 역학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의 연간 피폭선량은 0.00211~0.00760밀리시버트(mSv)로 나타나 일반인에 대한 연간 피폭선량한도(1밀리시버트)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 측이 주장하는 선형무역치모델(아무리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이론)에 대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선형무역치모델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생물학적, 역학적 증거가 없다고 밝히는 등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연간 피폭선량 수준과 갑상샘암 발병 여부에 관해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조사·연구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진섭 씨 부인 박금선 씨의 갑상샘암 발병과 관련한 개별적 판단에서도 “박 씨가 1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방사선에 피폭됐다는 점은 인정할 증거가 없고, 환경소송 등에서 문제되는 수인한도를 초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원자력위원회는 지난해 서울대 역학조사 연구 후속 조치로 원전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한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2020년부터 5년 단위로 추적 조사할 방침이라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그 결과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