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와 인근 주민의 갑상샘암 발생 간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어 한국수력원자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피폭선량이 연간 피폭선량 한도에 못 미치며,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국내외 연구자료가 없다는 게 이유다.
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14일 이진섭(52) 씨 가족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균도네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14년 1심 법원이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생에 대해 한수원이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지 4년8개월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가 시행한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연간 피폭선량은 0.00211~0.00760m㏜(밀리시버트)로, 일반인에 대한 연간 피폭선량 한도(1m㏜)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 측이 주장하는 선형무역치모델(아무리 적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이론)에 대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이를 뒷받침할 생물학적, 역학적 증거가 없다고 밝히는 등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연간 피폭선량 수준과 갑상샘암 발병 여부에 관해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조사·연구 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아내인 박금선 씨의 갑상샘암 발병과 관련한 개별적 판단에서도 “박 씨가 1m㏜를 초과하는 방사선에 피폭됐다는 점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원자력위원회가 2020년부터 원전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를 추진한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이 씨 가족은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갑상샘암 등에 걸렸다며 2012년 7월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