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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유산 많은 부산…옥석 가려 ‘청산·보존’ 나서야

기장초 앞 3·1운동 ‘만세거리’, 표지판·홍보 시설물 없이 방치

일제 파출소인 주재소 2곳, 철거되거나 한 곳은 흉물로

  • 이승륜 황윤정 신심범 기자
  •  |   입력 : 2019-08-14 19:36:53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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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학자, 활용 놓고 공방 치열
- 시, 논란된 금강공원 일제 잔재물
-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 결정 ‘눈길’

- 부산지역 131개 시민사회단체
- 비상시국회의 열어 ‘극일’ 다짐

광복 74주년을 맞아 부산 곳곳에 방치된 일제강점기 흔적을 찾아 ‘지울 건 지우고, 기념할 건 기념해야 한다’는 논의가 향토사학자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된다. 보존하든, 철거하든, 내버려두지 말고 제대로 관리해야 ‘일제 청산’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 곳곳에 일제강점기 흔적이 방치돼 있어 제대로 관리하거나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관련 표지판 하나 없이 방치된 기장군 기장읍 동부리 옛 ‘만세거리’.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기장군 기장읍성 남문 복원 현장. 이곳에서 기장초등학교 앞(옛 기장시장)까지 이어지는 폭 5m, 길이 300m짜리 도로는 애초 조선 시대 현청으로 가는 ‘종로’로 불렸다. 그러다가 1919년 3·1운동 이후 ‘만세거리’가 됐다. 장안읍 좌천시장 일원과 함께 당시 만세운동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진 곳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북구(구포) 동래구에서보다 기장군에서 만세운동을 이끈 주역들이 일본경찰에 붙잡혀 훨씬 혹독한 형을 선고받았다는 ‘부산독립운동사’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지금, 만세거리는 잊혔다. 취재팀이 만세거리에서 만난 주민 A(67) 씨는 “여기가 그런 의미 있는 장소인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 거리 어디에도 안내 표지판이나 홍보 시설물도 없었다.

향토사학자인 공태도(86) 씨는 “만세운동이 벌어진 부산 거리 대부분이 개발 여파로 원형을 잃었다”며 “적극적으로 재발견해 알리고, 기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주재소로 사용되다 민간인 소유가 된 옛 기장주재소의 모습.
일제강점기 흔적은 이 거리에서 10여 m 떨어진 시멘트 건물에도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파출소’ 역할을 했던 기장주재소였다. 3·1운동 이후 들불처럼 번진 구국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청년이 경찰서로 끌려가기 전 이 주재소를 거쳤다. 광복 이후 주재소 건물은 자율방범대 등 용도로 쓰이다가 현재 방치돼 있다.

역사적 의미를 평가받지 못하거나 아픔을 홀로 간직한 채 흉물로 방치된 일제강점기 흔적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기장주재소 부지 원형 담장을 시계 방향으로 따라가면 3·1운동을 주도했던 박일형·권철암·권동수·권은혜 독립운동가의 생가가 있는데, 부산 ‘노다이 사건’을 이끌어 8개월간 징역을 한 이도윤 독립운동가의 집은 철거되고 터만 남았다.

기장군 일광면 광산마을에도 일제 수탈의 역사를 지닌 일본인 관사 등이 철거되지도, 관리되지도 않은 채 흉물스럽게 서 있다. 마을을 알리는 안내판만 있을 뿐, 방문객은 상당수 시설이 도대체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건물인지 알 길이 없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가 보존과 철거를 두고 공방이 일던 동래구 금강공원 인근 표지석, 황기 기념비, 일본식 13층 석탑 등 일제강점기 잔재물(국제신문 지난 3월 15일 자 11면 보도)을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시는 지난 3월 시행한 시민 여론조사 결과와 부산시설공단 등의 의견을 토대로 보존을 결정하고, 최근 관련 연구를 부산연구원에 의뢰했다.

기장문화원 황구 향토문화연구소장은 “중국 칭다오는 1800년대 독일군이 남기고 간 맥주 공장을 보존해 수많은 가치를 낳았다. 치욕스러운 역사지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제대로 알리면 훌륭한 교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산지역 131개 시민사회단체도 14일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최근 고조된 극일(克日, 일본을 실력으로 극복) 의지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는 일본 정부를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일제 잔재를 제대로 짚어 청산할 건 청산하고, 보존할 건 보존하자는 논의도 나왔다.

주경업 부산민학회장은 “부산은 일제 수탈의 역사가 짙은 지역”이라며 “기록의 가치가 있는 흔적은 보존해 아픈 기억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륜 황윤정 신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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