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심 “피폭 - 갑상샘암 인과관계
- 명확한 국내외 연구·조사 없어”
- 1심 뒤집어 원고청구 모두 기각
- 원고 측 “몸이 기억하는데 참담
- 공동 소송단 위해서라도 상고”
선고 연기와 변론 재개를 반복하며 4년8개월을 끌어온 이른바 ‘균도네 소송’ 항소심이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샘암 발병에 관한 한국수력원자력 측 배상 책임을 놓고 ‘개연성 이론’ 적용 여부에 따라 1, 2심 판결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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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부산고법이 “원전과 인근 주민의 갑상샘암 발생 간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이른바 ‘균도네 소송’을 제기한 이진섭(왼쪽 세 번째) 씨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원고 측이 즉각 상고 방침을 밝혀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이번 판결은 원전 인근에 거주하다가 갑상샘암에 걸린 주민 624명 등 2000여 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산지법 동부지원 공동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균도네 소송’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저선량 방사선(100m㏜ 이하) 피폭과 갑상샘암 사이 관련성을 명확히 밝힌 국내외 연구·조사가 없다”며 “피해자 측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그 반증 책임을 가해자에게 부담시킨다면 이 또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논리를 근거로 이진섭(52) 씨 가족이 고리원전 인근에 살다가 갑상샘암 등을 앓게 됐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연성 이론을 적용하지 않았다. 개연성 이론은 입증이 어려운 환경 소송에서 피해자는 ‘개연성’만 증명하고, 가해자가 반증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다. 입증에 과학적 방법이 동원되는 환경 소송 특성상 원고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고리원전과 이 씨의 아내 박금선 씨의 갑상샘암 발병 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한수원에 입증 책임을 물어 원고 일부 승소(1500만 원 배상) 판결을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경험칙상 인과관계의 개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입증 책임을 원고 측에 돌렸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이 주장한 한수원의 환경방사능보고서 오류, 후쿠시마산 수산물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판정 근거에 따른 ‘정성적 판단’ 필요성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변영철 변호사는 “판결문을 봐야 재판부 판단 근거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인과관계에 관한 명확한 연구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개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 견해는 개연성 이론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 씨도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몸이 기억하는데 연구 결과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법원이 판단을 내려 안타깝다”며 “동부지원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재판 중인 2000여 명의 공동 소송단을 위해서라도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수원 측은 “원전 방사선과 갑상샘암 발병 간 인과관계가 의학·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재판부가 객관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며 “많은 지역 주민이 원전 방사선에 대해 걱정하는 걸 안다. 소통을 계속해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