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돈으로 시의 땅 사게된 셈
부산 동래사직단 복원 사업을 둘러싸고 ‘황당 행정’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에 필요한 땅이 공유재산으로 묶인 탓에 벌어진 ‘촌극’인데, 부산시와 동래구 모두 깔끔한 해결책이 없어 난색을 보인다.
동래구는 동래사직단 복원 사업을 위해 부지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사직단은 조선 시대 나라의 신과 곡식을 주관하는 신에게 제사를 지낸 재단이다. 부산에서는 동래사직단이 유일한데, 일제강점기 때 원형이 훼손됐다. 2016년 시작된 복원 사업에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예산 35억9140만 원이 투입된다.
동래구는 사업에 필요한 부지 7필지(950㎡) 가운데 6필지를 확보했다. 문제는 마지막 1필지(144㎡)인 ‘여고경로당’ 부지다. 이 경로당과 땅은 시가 소유한 공유재산이다. 애초 동래구는 이곳을 무상으로 사용하려 했다. 공익 목적의 사업을 하는 만큼 시가 허가해 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시는 거부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다른 지자체가 가진 공유재산에 영구적으로 사용되는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 동래구가 이 땅을 매입해야만 새 건축물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공유재산은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나뉘는데, 행정재산은 매매 자체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경로당은 애초 행정재산이었다.
이에 동래구는 지난달 24일 시에 행정재산 용도 폐기를 신청했고, 시는 같은 달 31일 이를 허가해 일반재산으로 변경했다.
이제 동래구가 이 땅과 건물을 사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그런데 동래구는 최근 이곳을 매입하기도 전해 “공사가 급하니 8월 중에 경로당을 철거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시는 이를 또 거부했다. 시 관계자는 “시가 매매하려면 감정평가 등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건물이 없으면 못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저런 요구를 거절당한 동래구는 이번엔 “경로당 매입용 특별조정교부금 3억2500만 원을 긴급 지원해 달라”고 시에 요청했다. 시가 동래구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시로서는 시의 돈을 주고 시의 땅을 사서 동래구에 주는 이상한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동래구는 시가 내년 본예산에 특별조정교부금을 반영해주면 경로당을 매입해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