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도 등 올해 예산 이미 ‘소진’
- 기약없이 대기 가구만 100여 곳
- 시민들 “행정 믿기 어려워” 불만
‘물탱크 없는 부산’을 만들겠다며 부산상수도사업본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물탱크 철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많은 시민이 호응해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올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거창한 홍보와 달리, 신청해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시민 불만이 쏟아진다. 행정이 스스로 신뢰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도구 봉래동 주민 A 씨는 최근 상수도사업본부 영도사업소에 물탱크 철거 사업을 신청했지만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 올해 사업 예산이 바닥나 내년 예산이 편성될 때까지 무기한 대기해야 한다. A 씨는 “사업 홍보대로라면 당연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허탈하다. 돈이 없어 기다리라니, 행정을 믿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물 탱크를 철거하고 직수를 연결하는 이 사업은 상수도사업본부가 ‘물 복지’ 차원에서 2017년부터 시행했다. 앞서 2015년 8월부터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 주택 155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했고, 반응이 좋아 공식적인 예산을 편성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2017년과 지난해 각각 100억 원을 들여 9306건, 1만366건 작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을 35억 원이나 줄여 65억 원만 배정했다. 상수도사업본부 적자가 늘어나자 물 복지 예산을 가장 먼저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물탱크 철거는 부산 전체에서 최대 6000건 정도만 할 수 있고, 이미 지역 10개 사업소마다 예산이 소진돼 더는 신청을 받을 수 없다.
영도사업소는 올해 5억3800만 원을 배정받아 상반기 3억4500만 원(273건)을 사용했다. 나머지 1억9300만 원분 165건도 이미 접수가 끝났고, 기약 없이 대기하는 신청 건수만 22일 현재 100여 가구에 달한다. 영도사업소 관계자는 “일단 신청은 받고,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우선 공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9개 사업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예산은 없는데 대기자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 속출한다.
상수도사업본부가 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수돗물을 청소하지 않은 주택 물탱크에 장기간 보관하면 오염되거나 미생물이 번식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 오래된 물탱크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문제 제기도 많았다. 과거에는 수돗물이 시간제로 공급돼 저장 공간인 물탱크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부터는 정수 시스템과 배수지·관로 등이 확충돼 부산 전역에 상시 급수를 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레 물탱크 활용도가 떨어졌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사업 호응도에 견줘 예산 지원이 뒷순위로 밀려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내년 본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장기적으로 물 복지 분야를 개선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