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 AID 아파트’ 국제 공모
- 달맞이고개 경관 보호 무력화
- ‘용호만 W’ 주민 동의 내세우자
- 市, 스카이라인 지침 스스로 어겨
- “사업비 10% 공무원 등에 로비”
- 관계자 16명 충격적 증언 담아
- 불공정한 개발 반복 피하려면
- 市 도시계획위 등 정보 공개해야
각종 편법, 부산시와 토건세력 간 유착이 부산의 난개발을 이끌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대규모 개발 사례 분석과 함께 전현직 공무원 등 관계자의 유착 증언이 담겨 충격을 준다. 보고서를 발간한 시민사회단체는 불공정한 개발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전면 정보공개 제도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부산참여연대와 시민정책공방은 부산지역 난개발의 문제점과 앞으로 도시계획 방향을 담은 ‘부산시 토건행정 개혁을 위한 보고서1’을 출판한다고 26일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7차례의 포럼을 개최했고, 이를 정리해 보고서 형식으로 펴냈다. 부산이 개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민 맞춤형 도시인 적정도시를 제시했던 국제신문(지난 3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은 보고서를 입수해 난개발의 원인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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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참여연대가 펴 낸 ‘부산시 토건행정 개혁을 위한 보고서1’에 난개발 사례로 포함된 엘시티(LCT·앞)와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 보고서는 두 아파트가 각종 편법과 의혹으로 초고층 아파트로 건축됐으며, 시민 모두가 즐겨야 할 해안의 경관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국제신문 DB |
■ 국제공모로 지침도 무력화
보고서에서는 엘시티(LCT), 북항 재개발, 센텀2지구 등 부산의 대규모 개발사업 5건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중 현재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인 ‘해운대 AID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국제공모전을 교묘하게 이용한 단적인 사례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AID아파트는 애초 17~35층, 2792세대(2005년 재건축 사업 최종 보완 안)로 계획됐다. 그러나 이듬해 열린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달맞이고개 경관 악화를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렸고, 최고층 25층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후 조합은 설계 안을 부산국제건축문화제에 국제공모 위탁을 했고, 그 결과 최고층 53층으로 구성된 설계 안이 당선됐다. 이는 공모지침서에 층고 제한 규정이 빠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7년 7월 열린 시 건축위원회는 설계 공모안이 애초 가이드라인을 어겼음에도 최종 승인했다. 승인 사흘 이후 뒤늦게 ‘국제공모전 당선작은 심의 면제’라는 건축위원회 운영세칙이 제정됐다.
‘용호만 W’는 주민의 이름을 팔아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등 원칙 없는 토건 행정의 대표 사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4월 처음 지구단위계획이 고시될 당시만 해도 용호만에는 25층 이하 업무·상업 시설만 허용됐다. 원칙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은 고시 5년이 지나기 전 수정할 수 없다. 그러나 시행·건설사는 변경 근거로 인근 주민 76%의 동의를 내세웠고, 시는 ‘주민 제안을 통한 변경이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2011년 변경 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후 감사원 조사 결과 실제 효력이 있는 주민 동의는 3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부산시와 남구청 직원 8명을 징계하라고 했으나 시는 ‘주민이 소유주가 아니므로 동의가 필요 없다’며 관련자를 처벌하지 않았다. 변경 근거로 ‘주민 제안’을 들어놓고 문제가 되자 ‘주민 동의는 필요 없다’며 말 바꾸기를 한 셈이다.
더욱이 시는 앞서 2005년 난개발 방지를 위해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주거 지역 건축물 높이를 60m 이하로 제한하는 지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W 아파트를 승인해줌으로써 스카이라인 지침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원칙 없는 행정을 자초했다. 결국 W 아파트는 최고 69층, 높이 247m로 지어졌다.
■ “개발사업은 시장에게 표”
보고서에는 사례 분석 외에도 전현직 공무원, 전문가, 업체 직원 등 관계자 16명을 심층 인터뷰해 난개발 원인을 조명했다. 익명의 인터뷰이는 “개발사업은 시장에게 표가 되고, 토건세력에게는 돈이 된다.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난개발이 진행됐다”고 고백했다. 이 외에도 “굴지의 기업이 지역 내 전문가 집단과 교수를 관리한다” “업체가 사업비 10%를 로비 자금으로 책정하고, 공무원과 심사위원에게 사용한다” 등의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졌다.
끝으로 보고서는 이 같은 투명한 도시·개발 행정을 위해서 무엇보다 시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내용도 심의 신청인에만 공개되는데, 이를 서울시처럼 일반에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관변 위주의 위원회 구성을 막기 위해 회의록을 발언자의 실명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난개발 방지 위한 제도 개선, 정치권력·시민사회·언론의 사회적 거버넌스 구축 등 구체적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부산참여연대 김종민 공동대표는 “부산의 난개발 현장을 보며 왜 계속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지 의문을 품었다. 개인의 도덕성·청렴도뿐만 아니라 행정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려고 보고서를 발간하게 됐다. 보고서를 계기로 토건 세력에 유리했던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28일 오후 7시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