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표지판 등 가려 시야 방해”
- 민원 쏟아지자 이달들어 중단
- 충분한 논의 뒤 내달 재개키로
부산시가 애초 계획했던 ‘폭염 대책’을 올여름이 다 지나간 뒤에야 진행하기로 해 미숙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자체 예산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각종 민원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 탓에 시기를 놓쳐버렸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는 환경부 시범 사업 공모에 선정돼 전국 처음으로 지난 6월부터 시내 전역 횡단보도 교차로 등에 ‘그늘나무’를 심기 시작했지만, 이달 들어 공사를 중단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업은 횡단보도나 교차로 주변에 그늘나무를 심어 아스팔트 열기로 인한 열섬 현상을 막고, ‘폭염 대피소’를 조성해 쾌적하고 시원한 환경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또 그늘나무를 심으면 차로 주변 미세먼지 농도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시는 이에 따라 예산 5억 원(국비 2억5000만 원, 시비 2억5000만 원)을 들여 느티나무를 비롯한 수목 170그루를 심기로 했고, 현재 공사는 40%가량 진행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달부터 중단됐다. 시가 조기에 자체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늘나무 식재에 대한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사업비 5억 원 가운데 절반을 시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올해 초 이미 국비를 받아 놓고도 뒤늦게 시비를 매칭했다. 이에 사업은 초여름에 접어든 지난 6월에야 첫 삽을 떴다.
시는 자체 환경기금을 편성해 부랴부랴 사업을 시작했지만, 난관은 또 있었다. 시민과 일선 구·군, 경찰 등이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시는 16개 구·군으로부터 그늘나무 식재 장소를 추천받았다. 하지만 이 장소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자, 시민은 물론 구·군 내 녹지·교통·장애인 관련 부서가 “보행권에 지장을 준다”는 등 이유로 민원을 쏟아냈다. 시는 또 그늘나무가 교통신호기와 표지판을 가릴 수 있어 경찰과도 추가 논의를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금정구 청룡동 등 10곳에 심었던 그늘나무를 다시 뽑아 다른 곳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이 사업에 민원을 제기한 시민 곽모(78) 씨는 “인도 한가운데 나무를 심었다가 민원이 제기되니 또 뽑더라”며 “사전에 어디에 나무를 심으면 좋을지 주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다가 예산만 낭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시는 시민과 구·군, 경찰 등과 다시 충분히 논의한 후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이달에는 너무 더워 새로 심은 나무가 죽을 수도 있어 공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음 달부터 공사를 재개해 오는 10월까지는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