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임대 땐 보증금 5% 부담
- 부산 350만~500만 원 수준
- 관리비·이사비용 없어 포기
- 자가 소유일수록 더 빈곤 ‘역설’
- 세심한 임대주택 정책 필요
“정부는 부모나 아동의 보호자가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적절한 수단들을 강구해야 하며, 필요하면 특히 영양 의복 주거에 물질적인 지원과 지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1989년 제정된 ‘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 of the Child)’에서는 이처럼 아동이 기본적인 물질적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91년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고 5년마다 이행 보고서를 제출한다. 올해 4월 정부는 주거기본법 주거취약계층의 범위에 아동복지법상 지원대상 아동을 포함시켜 주거빈곤아동 가구가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다소 넓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산의 증식은 소득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저소득 가정이 주거빈곤의 굴레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그중에서도 교육비 비중이 큰 10대가 포함된 가정은 그만큼 주거에 할애할 수 있는 소득이 적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부산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주거빈곤아동 가정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주거 지원은 임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부산도시공사(BMC)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으로, 매입·전세·영구임대 등이 있다. 각 형태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세임대의 경우 보증금의 5% 내외를 입주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부산에선 350만~500만 원 수준이다. 다른 종류의 임대주택 역시 보증금을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넘게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주거빈곤 가정이 이 같은 수준의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조유진 복지사업팀장은 “주거빈곤 가구 중에선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관리비가 부담되거나 이사비용을 마련하기 힘들어서 주거 이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동이 포함된 가구는 집주인이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주택이 아니라면 이사할 만한 집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역설적인 것은 자가 소유 가구의 주거빈곤 탈출이 더 어렵다는 점이다. 집이 심하게 노후화되었거나 지하·옥탑방일지라도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대주택에 지원할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집 상태가 좋지 않으니 파는 것도 힘들다.
서울사이버대 임세희(사회복지학과)교수는 “예를 들어 과밀가구는 방 개수가 늘어나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자가인 집에 아무리 수리비를 지원해주어도 방 자체를 늘릴 순 없으니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자가 빈곤가구 지원은 더욱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심하다. 따라서 저소득층,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구는 주거정책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