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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처럼 산 무연고 할머니의 마지막 길

노숙 중 발견돼 복지법인 입소, 신상정보 등록 된 것 아예 없어 유족·장례식 없이 조촐히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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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연고 사망자 갈수록 증가세
- ‘공영장례’ 확대 목소리 고조

언제부터 그랬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상 ‘유령’으로 살았던, 그저 자신을 ‘나경자’로만 알았던 할머니가 한 줌 재가 돼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애광치매전문요양원에서 70대로 추정되는 나경자 할머니가 지병으로 숨졌다. 나 할머니는 2017년 7월 서구 충무동 한 모텔 앞에서 노숙하다가 발견됐다. 그의 지문은 주민등록상에 등록돼 있지 않았다. 당연히 주민등록번호 조회도 불가능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나 할머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만 기억했다. 사실 이름이 정확한지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저 그날 이후 ‘나경자 할머니’로 불렸다. 나 할머니는 “2012년 부산에 와 여인숙을 전전하며 살았다”고 했다.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를 찾는 가족은 없었다. 나 할머니는 금정구로부터 시설전산관리번호를 받아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 할머니는 숨진 이후에도 ‘유령’이었다. 장례를 치러줄 사람 한 명 없었다. 그렇게 10일 화장됐다.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돼 처리 과정을 거쳤다.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두고 나 할머니의 마지막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보건복지부의 ‘무연고 시신 등 장사 매뉴얼’을 보면 나 할머니와 같은 무연고 사망자는 화장한 뒤 봉안 또는 매장해 10년간 보관한다.

해가 갈수록 무연고 사망자가 늘지만, 장례 등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91명, 2017년 137명, 2018년 221명, 올해 상반기 130명이다. 전국적으로는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549명이 고독한 죽음을 맞았다.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무연고 사망자를 지원하는 조례를 마련한 지자체는 4곳뿐이다. 이 4곳 역시 75만~150만 원을 지원해 장례업체에 필수적인 장례 절차만 위탁하는 수준에 그친다. 추도식 등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식을 치러주는 곳은 없다.

이에 따라 ‘나눔과 나눔’ 같은 시민단체는 무연고 사망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민을 위해 사회가 장례를 치러주는 ‘공영 장례’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해 서울시의회는 광역단체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영 장례 조례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실효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부산 서구가 전국 처음으로 자치단체장 주재로 무연고 사망자 20명을 위해 합동 위령제를 거행해 주목받았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저소득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끌어안는 게 진정한 주민 복지라고 생각한다”며 “합동 위령제를 계기로 더 많은 복지 시책을 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지열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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