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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이 뛴다 <3> 외로움, 신중년을 덮치다

“고독도 마음먹기 나름”… 요리 배우며 벗 만드니 신바람

  • 황윤정 기자
  •  |   입력 : 2019-09-11 19:12:56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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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헤어진후 40년 홀로 생활
- 술로 나날 보내다가 우울증 생겨
- 자활프로그램 참여 후 삶이 변해

- 부산 1인가구 31%가 중장년층
- 신중년 연령대 고독사 집중 발생

- “중장년 지원금·일자리 못지않게
- 남은 삶 살아갈 원동력 제공하고
- 개인 차원 활력찾기 적극 나서야”

11일 부산 중구의 한 요리 학원. 50, 60대 남성 20여 명이 추석을 맞아 전을 부치고 있었다. 다진 고기를 깻잎으로 감싼 깻잎전, 어묵을 꼬치에 끼워 굽는 어묵전 등 ‘고난이도’의 음식도 척척 해냈다.
   
11일 부산 중구의 한 요리학원에서 열린 ‘중장년 1인 가구 요리교실’에 참석한 수강생들이 추석을 앞두고 직접 만든 모듬전과 조리기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종진 기자
이 요리교실의 수강생 김모(64) 씨는 아내와 헤어진 후 혼자 산지 40년이 됐다. 예전에는 간혹 막노동을 해 번 돈으로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요리교실에 참여하며 삶의 태도가 조금씩 변했다. 그는 “‘무슨 요일에 어디 간다’는 계획이 생기니 의지도 생겼다.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됐다. 생활의 활력소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웬만한 음식은 혼자서도 해먹게 된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 정도만 알았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재료를 보면 ‘여기에 어떤 걸 더 넣으면 맛있겠다’는 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 한 주에 하루만 계획 생겨도 활력

   
이혼과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중장년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외로움’은 신중년(50~69세)이 겪는 대표적 문제가 됐다. 부산의 1인 가구 수는 2017년 38만4000가구에서 지난해 53만 가구로 늘었다. 부산복지개발원이 조사한 2017년 부산의 연령별 1인 가구 구성을 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이 37.5%로 가장 많았으며, 중장년층(40~59세·31.4%), 청년층(31.1%)이 뒤를 이었다. 전국적으로 청년층 1인 가구(35.9%)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을 고려하면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혼자 사는 중장년층이 많은 셈이다.

신중년에 1인 가구가 집중돼 있다는 것은 많은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독사다. 부산시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68명이 고독사했다. 연령별로는 50~64세가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65세 이상(22명), 35~49세(11명), 34세 이하(1명) 순으로 나타났다. 신중년 연령대에서 고독사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부산지역 지자체에서는 중장년 1인 가구를 발굴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이들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중구의 ‘뉴스타트 행복한 밥 한끼, 생활전환 프로젝트’는 지역 내 1인 가구 중 경제·신체·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고독사 위험군 55명을 발굴해 상담을 거쳐 참여자를 선정했다. 특히 혼자 사는 남성의 경우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데 착안해 요리교실을 고안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국민디자인과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1·2기 총 35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강생 손모(59)씨 같이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2년째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황당해서 눈물도 안 나왔다.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손 씨는 우울과 외로움을 극복해보고자 반려견을 키우며 생활했다. 그러다 요리교실 수강을 제안받았다. 그는 “요리를 전혀 몰라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다”면서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재미있었다. 요리도 즐겁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구모(59) 씨는 35년간 혼자 생활했다. 중식 배달을 하며 어깨 너머로 음식을 배운 적이 있어 요리교실에 선뜻 참여했다. 그는 외로울 때 등산을 하며 기분 전환을 했다. 구 씨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눠 먹고, 저녁이면 근처에 사는 요리교실 동기를 불러 술 한 잔 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이들 수강생은 교육 외에도 사적으로 만나며 친목을 다진다. 요리교실이 ‘관계 맺기’의 출발이 된 것이다. 또 다른 수강생 손모(80) 씨는 “다들 친해져서 최근에는 함께 해운대 아쿠아리움도 다녀오고, 영화도 봤다”며 “외로움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앞으로도 이겨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수강생 중 2명은 구청의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최근 취업을 했으며, 1명은 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 3명이 요리교실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한 것이다. 중구 관계자는 “원래 1년만 진행하려던 사업을 수강생의 요청으로 연장했다. 프로그램 이후 다들 표정이 밝아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은 삶 의미 찾아주는 사업 필요

   
부산시도 지난 5월부터 ‘행복주방사업’을 실시해 부산 전역으로 해당 사업을 확대했다. 올해는 14개 구·군이 중장년 1인 가구의 요리 활동을 지원해 자립을 돕고 반찬을 나누며 지역사회 관계망을 회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고독사가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장년층 남성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사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중년에게 단순히 지원금이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100세 시대’에 향후 남은 50여 년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복지개발원 이재정 연구위원은 “고독사 예방 대책의 정책 방향은 대개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과 보호, 지역 및 인적 네트워크 구축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주위의 관심과 돌봄이라는 사회적 보호 차원뿐 아니라 삶의 의미, 활력 찾기 등 개인적 차원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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