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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22> 함양 운서마을 곶감명장 유진국 씨

“인위적인 곶감 색깔내기 안 했더니 … 못생겨도 맛있다며 찾아주네요”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19-09-15 19:38:5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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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서 학원 운영하던 부부
- 자연과 살아가고 싶은 로망에
- 준비 없이 함양 내려와 정착

- 밤 농사·된장 제조 전전하다
- 동네 어르신 추천 곶감 시작
- 빛깔 내고 곰팡이 없애는
- 유황훈증 과정 빼버리고
- 건강한 곶감 선보여

- 10년 넘는 노력 끝에
- 연 1억 매출 명장 반열에
- 곶감에 뜻 있는 초보 위한
- 곶감 농촌학교 창업이 꿈

지리산 둘레길 4구간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과 휴천면 동강마을을 잇는 12.7㎞ 코스로 지리산 자락 깊숙이 들어온 산촌과 사찰을 지나고 엄천강을 만나는 길이다. 이 구간 끝자락인 동강마을과 10여 분 거리에 함양군 휴천면 운서마을이 있다. 엄천강을 앞에 두고 마을 회관인 운서 둥지센터 뒤로 옹기종기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함양군 휴천면 운서마을 유진국 씨가 과수원에서 곶감의 원료 감인 고종시를 손질하고 있다. 함양군 제공
이 마을에서는 유럽풍의 펜션이 눈길을 끈다. 지역에서 ‘국가대표 곶감 장인’으로 불리는 유진국(60) 씨의 생활 터전이다. 유 씨의 집은 엄천강을 바라보며 지리 능선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펜션 옆에는 냉동창고와 곶감 건조대 등 2층 규모의 곶감 작업장 예사롭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연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새한미디어에 입사해 해외 무역업무에 종사했다. 2년여 근무 후에 자신감이 생긴 그는 무역중개업체를 차렸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무역중개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이후에는 부인 육현경(55) 씨와 함께 경기 수원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했고, 어린이 영어 전문서점을 운영해 제법 많은 돈을 벌었다.

그때만 해도 귀농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1998년 겨울 가족과 지리산에 놀러 왔다가 엄천강변의 식당에서 밥을 먹은 게 귀농하는 계기가 됐다. 유 씨는 “아내가 ‘이런 곳에서 살면 참 좋겠다’고 말하길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식당 아주머니에게 땅값이 얼마인지, 매물로 나온 땅은 있는지 등을 물었는데, 결국은 집터를 사서 이곳에 오게됐다”고 소개했다. 실패와 재기를 겪으면서 치열하게 살았던 유 씨도 ‘돈은 꼭 필요한 만큼 벌고,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래서 5년을 벼르다 두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때인 2002년 귀촌했다.

   
유진국 씨와 그의 아내 육현경 씨가 휴식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처음 농촌 생활은 생각했던 대로 만족스러웠다. 아파트를 판 돈으로 지원 멋진 펜션도 마음에 들었고, “애들 공부나 다 시키고 올 일이지 뭐하러 이 오지까지 왔느냐”는 마을 사람들의 시골식 환영 인사도 정겨웠다. 치밀하게 준비한 귀촌은 아니지만, 일단 부딪히면 잘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곧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혔다. 농부로 살아남으려고 밭농사, 된장 만들기, 벼농사, 알밤 농사 등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다. 하지만 수입은 부족하고, 힘만 들었다. 결국 영어를 전공한 육 씨가 초중고 영어 강사로 나섰다. 육 씨는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 농사지어서 네 식구가 먹고산다는 건 욕심이더라. 귀촌할 때 교사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한 사람이 월급이라도 받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유 씨도 마을 어르신의 따끔한 충고를 듣고 곶감 농사를 시작했다. 유 씨는 “하루는 산에서 알밤을 털고 있는데 어르신이 올라와서는 ‘참 딱하기도 하네. 자네 이런 거로는 네 식구 밥 먹기 힘들어. 곶감 농사지으면 밥만 먹는 게 아니라 술도 한잔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 말이 내 뒷덜미를 잡고 놓아 주지 않아서 곶감 농사에 뛰어들었다”고 돌아봤다.

그 길로 곶감 농사를 시작한 유 씨는 이제 10년 차가 되면서 마을 사람들도 ‘명장’이라고 인정할 만큼 곶감 전문가가 됐다. 기술을 전수받으려고 유 씨를 찾아오는 사람이 잇따를 정도다. 보통 곶감을 건조할 때는 곰팡이 발생을 억제하고, 색을 곱게 내려고 유황 훈증을 하는데, 유 씨는 이 작업을 하지 않고 유황이 없는 고품질의 곶감을 만든다. 그래서 유 씨가 만드는 곶감은 못생겼지만, 맛을 보면 홀딱 반한다. 유 씨는 “잘 숙성된 곶감을 먹고 어떤 사람은 ‘아 ,이건 옛날 곶감 맛이네요’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나네요’라며 추억에 젖는다. 곶감에 꿀을 바른 것 아닌가요 하며 너스레를 떠는 사람도 많다”며 자랑했다.

   
그는 지난해 12만 개의 곶감을 출하해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휴천면 내 곶감 농가 중 매출이 최상위권이다. 보통 곶감 농가에서는 5~6만 개의 곶감을 출하한다. 유 씨는 곶감 원료 확보를 위해 6600㎡에서 감을 재배하고 있다.

유 씨는 자신이 생산한 곶감 대부분을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웹사이트 ‘지리산 농부’ 등을 통해 판매한다. 또 ‘지리산 농부’ 사이트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수확한 꿀, 블루베리, 오미자, 다래순, 취나물, 된장 등도 판매해준다.

유 씨는 아들이 대를 이어 곶감 농사를 지을 수 있게끔 농장의 내실을 다지고, 초보 귀농인에게 체계적으로 기술을 전수해주는 ‘곶감 농촌 학교’ 창업을 꿈꾸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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