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장 아내 규정 없는 직책 재직
- 정관상 목적사업에도 해당 안돼
- 시, 후원금 관리 등 시정명령
- 복지법인 ‘족벌경영’ 칼 빼들어
정부 기금 착복 의혹에 휩싸인 부산 A 사회복지법인(국제신문 지난 4월 23일 자 9면 보도)이 정관상 목적사업 외의 사업을 하면서 법인장 가족에게 규정에도 없는 직책과 급여를 준 사실이 부산시에 적발됐다. 비슷한 문제가 끊이지 않자 시는 복지법인의 ‘족벌 경영’을 막기 위한 조처에 나섰다.
시는 장애인 재활 바우처 기금 착복 의혹에 휩싸인 A 복지법인을 상대로 지도점검을 벌여 행정명령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A 법인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기장군 산단 업체 컨소시엄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 직장어린이집을 통해 급여를 부정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 등 규정에 없는 ‘관리자’ 직책을 만들어 A 법인 대표의 아내 B 씨를 앉혔다. 이를 통해 B 씨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어린이집으로부터 유류비 등 명목으로 600만 원가량을 받았다.
A 법인이 어린이집을 운영한 것이 정관상 목적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점검 결과 밝혀졌다. 관련 규정에 따라 복지법인이 목적사업을 변경하려면 지자체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A 법인은 임의로 목적 외 사업을 한 것이다.
시는 A 법인이 규정을 위배해 후원금을 관리한 부분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산단 업체들은 A 법인 후원금 계좌에 분담금을 냈는데, 이 계좌에서 B 씨의 수당이 지급돼 사회복지법인 규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인장 해임이나 설립허가 취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형사 처벌을 받아 사회복지 시설장이 될 수 없는 B 씨가 법인 대표인 남편과 짜고 형식적인 원장을 내세운 뒤 실제 어린이집 운영을 쥐락펴락하는 등 ‘족벌 경영’ 체제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는 ‘사회복지법인 족벌화 방지안’을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 5월 사회복지법인 대표 가족 등 특수관계자가 회계 및 자금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이를 어기면 내년부터 인건비를 보조하지 않기로 했다. 또 법인 공개 채용 때 특수관계자가 면접 대상자가 되면 외부위원이 면접관으로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법인의 족벌화를 막으려면 더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지난 4월 장애인 재활교육 업체가 정부 바우처 사업비로 받은 돈의 일부를 A 법인 소속 시설에 상납했다는 내용의 진성서가 접수돼 기장군이 조사에 나서자 A 법인은 해당 시설 원장을 해임했다. 그러나 해당 원장은 지난 4일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