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운동원 식비 등 지출
- 기록 안 된 금액 더 있다 진술도
- 경찰 불법자금 적용 규모 관심
지난해 6·13지방선거 때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고의로 회피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사용한 혐의를 받는 김대근 부산 사상구청장(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8면 등 보도) 측이 ‘이중장부’를 만들어 미신고 선거비용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 선거비용 한도를 초과하지 않으려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국제신문이 지난해 김 구청장 선거 캠프에서 작성된 이중장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소 854만 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은 채 지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중장부에는 지난해 3월 6일~6월 9일 선거 캠프의 미신고 수입·지출 내역이 각각 색깔 등으로 구분돼 상세히 적혀 있다. 이 이중장부는 지난 4월 부산시선관위가 김 구청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에 제출한 것의 촬영본이다.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선거비용은 대부분 선거운동원 식비와 캠프 운영비로 쓰였다. 이 돈 중 일부는 선거운동원에게 추가 인건비를 주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이중장부에 적힌 돈 외에 선거운동원 인건비를 보조하려고 지출된 금액이 최소 500여만 원에 이른다”는 선거 캠프 관계자 진술도 나와 김 구청장의 미신고 선거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사상구청장 선거에서 법정 선거비용 한도는 1억5400만 원이었다. 김 구청장은 선거비용으로 1억2800만 원을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구청장을 입건한 경찰이 불법 정치자금 규모를 어느 정도로 적용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중장부에 기록된 미신고 선거비용 854만 원 가운데 김 구청장이 사비로 낸 445만 원을 제외하면 모두 지인에게서 받은 돈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돈을 선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한다.
지난 4월 선관위의 고발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도 이중장부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이중장부에 기재된 금액 중 얼마 정도를 정치자금법 위반 액수로 인정할지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김 구청장 선거 캠프가 이중장부를 만들어 미신고 선거비용을 사용한 이유는 법정 선거비용 한도를 초과하는 사태를 막고, 지출 내역을 매번 정리해 선관위에 보고하는 절차를 편의상 생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각 후보와 캠프는 저마다의 이유로 미신고 선거비용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법정 선거비용을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선거 이후 회계 보고를 꼼꼼히 분석하고 현장 조사도 하지만 후보와 캠프가 마음먹고 숨기면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