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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이 뛴다 <4> 꽃중년, 나이의 벽을 깨다

늙은 나이? 늦은 젊음! … 외모 꾸미며 새 자아 찾는 신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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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장 갖춰입은 사진 SNS 올려
- 전국구로 유명해진 여용기 씨
- 남편·자식 뒷바라지 하며 살다
- 시니어 모델로 활약 조비송 씨
- 둘 다 개성 뽐내며 제 2의 인생

- 사회적으로 짊어졌던 의무 벗고
- 자아를 찾으려는 욕구 내보여
- 나이 들었다고 움츠리지 않고
- 외모 관리하며 행복감 높이기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 든 겉모습을 감추는 데 급급했던 신중년(50~69세)이 이제는 자신의 개성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신체 노화는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꾸준한 외모 관리와 여가 활동으로 평범한 신중년이 ‘꽃중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외모 관리를 포기하던 예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왜 자신의 외모를 관리하나. 국제신문 취재진은 부산에서 활동 중인 대표적인 꽃중년을 만났다.

■인기폭발 시니어 모델

   
직접 남성복을 골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려 유명세를 탄 재단사이자 시니어 모델 여용기 씨. 오른쪽은 평범한 주부에서 시니어 모델로 거듭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비송 씨. 전민철 기자
여용기(66) 씨는 ‘전국구 셀럽(유명인)’이다. 부산 중구 남포동의 맞춤 정장 숍 ‘에르디토’에서 재단사로 일하는 그는 약 5년 전 직접 골라 입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멋진 패션 센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에게는 미국의 60대 패션 디렉터의 이름을 딴 ‘한국의 닉 우스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여 씨의 SNS 계정 팔로워 수는 5만3000명이 넘을 정도로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최근 ‘꽃중년’ 열풍 덕에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평범한 신중년으로 살았다면 꿈도 꿀 수 없던 모습이다.

사실 예전에는 여 씨도 여느 신중년과 다름 없었다. 즐겨 입는 옷은 등산복이었다. 하지만 재단사라는 직업 때문에 정장을 갖춰 입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그는 “옷을 깔끔하게 입고 나가면 기분이 좋더라. 특히 정장을 입으면 행동이 가벼워지지 않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에는 돈이 든다’는 말도 편견이라고 했다. 여 씨는 “꼭 정장을 입지 않더라도 코디네이션이 중요한 것 같다”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상의 옷을 입고, 안경이나 스카프로 포인트만 줘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옷차림을 갖추는 건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몸매 관리를 하면 옷 맵시가 나거든요. 저도 이 나이에 화보 촬영이 예정돼있으면 일주일 만에 2㎏ 정도를 빼요. 제 또래 분에게 직장 다니느라 잠시 미뤄뒀던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길 바란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시니어 모델 조비송(61) 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3남매를 키워냈다. 평소 외모를 꾸미는 데 관심은 있었지만, 진짜 시니어 모델이 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는 2017년 친하게 지내던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동생은 시니어 모델 교육을 하는 곳이 있다며 백화점 문화교실을 소개했고, 조 씨는 그 길로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후 모델 활동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들, 딸의 응원은 조 씨에게 큰 힘이 됐다. 보수적인 남편은 아직 그가 모델 활동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무대에 서기 전 가슴 속 깊이 짜릿한 느낌이 들죠. 그 순간만은 내가 제일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죠.”

여 씨나 조 씨와 같은 시니어 모델은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시니어 모델 전문 기획사 제이액터스에는 100여 명의 모델이 등록되어 있다. 제이액터스 정경훈 대표는 “6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2년 전부터 소속 모델 수가 30~40%가 늘어났다”며 “그동안 자신의 생활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신중년이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모델 활동을 여가 활동으로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꾸미는 신중년이 행복하다

신중년의 외모 관리가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명지대 전양진(디자인학부) 교수의 논문 ‘신중년 소비자의 외모와 여가활동, 삶의 질 인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신중년의 외모 만족도는 개인의 행복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신중년이 여가활동을 하면서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는 데 도움을 주고, 결국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 논문에서 지자체가 신중년을 포함한 노년의 외모 만족도를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전 교수는 “젊은이들은 느끼지 못할 수 있겠지만 신중년 세대는 그들 나름대로 외모를 꾸미는 데 관심이 많다. 특히 여가활동에 참여하면서 외모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중년, ‘나’를 찾다

신중년 세대가 그동안 사회적으로 짊어져야 했던 의무를 벗어 던지고, 자아를 찾으려는 욕구가 크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지난해 라이나생명의 라이나전성기재단이 발간하는 잡지 ‘전성기’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만 50세 이상~65세 미만의 신중년 10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자신에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순서에 ‘나 자신’을 선택한 응답자가 5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배우자(50.3%), 자녀(33.4%), 부모·형제(28.3%)가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70.1%는 ‘생산적인 일에 내 시간을 사용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그렇다’(55.6%) 또는 ‘매우 그렇다’(14.5%)고 답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여가를 갖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49.4%가 ‘그렇다’, 11%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김준용 황윤정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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